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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자연 Jul 07. 2023

나의 작음이 훤해요

비록 미물이라도 나름의 우주를 품고 있기에


나의 작음이 훤해요.



비록 미물이라도

나름의 우주를 품고 있기에

그것을 틈날 때마다 꺼내

살펴보고

해석하고

부딪히고 있어요.



작아서 그런 걸까요.

분명 나의 우주임에도

어떤 것을 제대로 알지도

선명하게 보지도

작은 신음조차 듣지 못해요.



그저 애착인형처럼 늘 가지고 다니며 조물딱 거려요.  

구석구석 흩어진 파편들을 모아

차근차근 챙겨 겨우 꽁무니에 숨겨 놓습니다.

그러다 보면 파편 사이에

일렁이는 빛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럴 땐 무척 신나요.

한 순간의 섬광이 아닌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줄기일지 언정

빛은 말 그대로 빛이 나요.



어둠을 뚫고 나오는 건 결국 모두 빛이니까요.

새어 나오든

비집고 나오든

웅장하든

초롱초롱하든

영롱하든

한 줄기이든



작은 빛을 자주 만나길 원해요.



한 자리에 가만히 서서 섬광을 기다리는 건

나와 맞지 않아요.

긴 기다림의 시간이 한순간으로 전환되고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 거니까요.



얄궂지만 그럴 때면

삶이 내게 공의로 위로합니다.



시간을 다한 만큼 깊어지고

성의를 보인 만큼 보여줘요.  



나뭇가지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이 좋아요.

그 빛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자주 서성이다

간절함으로 기다린 끝에  

마침내 발견한 빛이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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