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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자연 Jul 24. 2023

감히 헤아려 보기

단순히 보는 것과 공들여 자세히 살피는 건   한참 다른 일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 그 너머를

보지 못하니

가만 헤아려 봅니다


작디작은 쌀 한 톨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

끊임없이 부서지는 파도

가늠할 수 높이의 하늘

매 순간 다시 시작되는 호흡

손과 발 끝에서 느껴지는 힘

방해받지 않는 깊은 평온

 

무수한 그것들 속에서

눈에 담을 수 없는 무엇을

감히 헤아려 봅니다


그 너머에는

구름과 태양, 땅이 있어요

밤과 낮, 바람과 햇살도 있고요


애환과 땀이 있고

성의가 서려있고

끝없는 사랑과 인내가 있어요



내 안에도

땅과 빛이 있고

하늘과 별이 있으며

꽃과 문장이 있습니다


밤잠 설친 기대

마음 졸이는 염려

간절한 간구와 한숨

변함없는 사랑으로 가득 차 있어요


무수한 손길과 눈빛이 관여해요


낮은 자라게 하고

밤은 깨닫게 해요


무언가를 오래,

깊이 들여다본다면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보는 것과 공들여 자세히 살피는 건

한참 다른 일인 것처럼 느껴요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멀리 있다는 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아주 가까이 있기에

보지 못하고

헤아려야만 하는 걸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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