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보는 것과 공들여 자세히 살피는 건 한참 다른 일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 그 너머를
보지 못하니
가만 헤아려 봅니다
작디작은 쌀 한 톨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
끊임없이 부서지는 파도
가늠할 수 높이의 하늘
매 순간 다시 시작되는 호흡
손과 발 끝에서 느껴지는 힘
방해받지 않는 깊은 평온
무수한 그것들 속에서
눈에 담을 수 없는 무엇을
감히 헤아려 봅니다
그 너머에는
구름과 태양, 땅이 있어요
밤과 낮, 바람과 햇살도 있고요
애환과 땀이 있고
성의가 서려있고
끝없는 사랑과 인내가 있어요
내 안에도
땅과 빛이 있고
하늘과 별이 있으며
꽃과 문장이 있습니다
밤잠 설친 기대
마음 졸이는 염려
간절한 간구와 한숨
변함없는 사랑으로 가득 차 있어요
무수한 손길과 눈빛이 관여해요
낮은 자라게 하고
밤은 깨닫게 해요
무언가를 오래,
깊이 들여다본다면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보는 것과 공들여 자세히 살피는 건
한참 다른 일인 것처럼 느껴요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멀리 있다는 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아주 가까이 있기에
보지 못하고
헤아려야만 하는 걸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