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이다. 어제가 월요일이라 겨우 몸을 일으켜 출근하고 힘들게 저녁을 지어먹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지만 겨우 화요일. 앞으로 남은 주중은 수. 목. 금 3일이나 된다. 그러니 오늘은 시켜 먹을 수도 외식할 수도 없다. 카드값 따위 '난 몰라'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남편과 내 월급이 너무 작고 소박하다. 그래도 진짜 밥 하기 싫다고 속으로 외쳤다.
난 분명 속으로 외쳤건만 남편은 독심술을 하나? 밥은 안 먹고 싶다고 한다. 그렇다면 스파게티 먹을 거냐니 그러마 한다. 밥 하기 싫다는 말은 불 앞에서 재료를 삶고 볶고 조리는 걸 하기 싫다는 말이라는 깊은 뜻은 독심술로 못 읽나 보다.
하기 싫은 밥 대신 스파게티했다. 딸은 4학년이 되고 다이어트 한단 소리를 자주 했다. 학교 다녀와서 김밥 한 줄에 비빔면 하나 다 먹어놓고 다이어트할 거라 저녁은 안 먹는다기에 3인분만 했다. 그래도 다른 집 성인 4인분이라며 남편은 내 큰손을 나무랐다. 나는 다이어터 딸이 먹어줄 테니 걱정 말라했다.
스파게티 세 접시를 담아 먹고 있는데 다이어터가 와서 아빠 접시에서 가득, 동생 접시에서 가득 빼앗아 먹기 시작했다. 맛있다, 맛있다, 쩝쩝 소리를 내며 다이어터는 저녁은 밥 말고 이런 걸 먹자고 했다. 라면이나, 떡볶이나, 스파게티를 저녁으로 먹자는 한식불호 다이어터는 스파게티는 깍두기와 먹어야 제 맛이라며 한 접시 가득 담은 깍두기도 다 먹었다.
밥도 안 해 먹고 화요일이 지났다. 내일은 수요일이니 시켜 먹고 싶다고 속으로 말해야겠다. 독심술이 깊어진 남편은 주문을 원하는 마음속 깊이 담긴 카드값을 걱정하는 근심을 읽을 테지. 그럼 또 된장을 끓이라느니, 불고기를 볶으라고 하겠지. 다이어터는 한식불호라며 된장을 밥에 말고 불고기를 밥에 비벼 먹을 테고 말이다. 5살 다이어터 동생은 계란이나 달라며 번개 파워를 쏠 내일이 벌써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