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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Nov 16. 2023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3학년 여름방학.

딸은 늘 방학을 기다렸다. 방학이 되면 학교에 안 가는 것도 좋지만 동생은 어린이집 보내고 엄마랑 둘이서만 서점 가고 도서관 가는 게 좋다고 했다. 방학만 기다리던 딸의 3학년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와서 딸에게 말했다.

"진아야, 오늘은 엄마랑 서점 가자. 갔다가 떡볶이도 먹고 오자."

"오늘 서점 가자고?...... 그럼 나 책 말고 학용품 사도 돼?"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신나서 어쩔 줄 몰라할 모습을 기대했던 나는 김이 빠졌다.

"서점 안 가고 싶어?"

"..... 응? 밖에 덥잖아. 책은 온라인 서점에서 시켜도 되니까. 난 안 가도 돼."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느라 눈도 안 마주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엄마는 진아랑 오랜만에 데이트도 하고 싶었는데 그럼 그냥 집에 있자."

풀이 죽어 말하자 스마트폰을 놓고 나를 보며 딸은 말했다.

"아니야. 엄마 가도 돼. 가자."


서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딸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가는 중이었다. 딸의 전화에서 카톡 알림음이 쉴 새 없이 들렸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도 친구에게 톡이 오면 매번 일일이 확인하는 모습을 보니 딸이 스마트폰을 소유한 게 아니라 스마트폰이 우리 딸의 주인 같았다. 작은 소리에게 당장에 달려가서 이것저것 주인의 시중을 들고 있는 하인 같아 보였다. 열불이 터졌다.

"차 안에서 폰 하지 마. 멀미 나면 어쩌려고. 그리고 진동으로 해. 그 소리 시끄럽잖아."

단호하게 말하자 딸은 입을 삐죽거리고 진동으로 바꾸더니 폰을 가방에 넣었다.


서점에 도착해서도 내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둘이서 외출했는데 그놈의 스마트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분이 가라앉질 않았다. 딸은 딸대로 골이 나서는 책은 보는 둥 마는 둥이었다. 책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떡볶이도 안 먹고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잠이 든 아직은 아기 같은 딸을 보며 생각했다.

'뭐라도 해야 해. 이미 사준 스마트폰을 뺏을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든 책을 다시 읽게 해줘야 해. 어떻게 해야 하지? 학원을 보내야 할까? 지금처럼 나랑 둘이서 읽는 건 이제 진짜 안 되는 걸까? 뭔가 좋은 방법이 찾아야 해.'


하루에 책 한 권도 읽던 아이였다.

읽고 나서 필사를 하고 느낀 점을 적으며 엄마도 이 책 꼭 읽어보라며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책은 열 번도 넘게 읽었다.

책이 마음에 들면 작가의 다른 책도 다 소장하고 싶다며 사달라고 했다.

동시를 읽다가 그림이 생각난다며 스케치북에 그려서 보여주기도 했다.

그랬던 아이가, 스마트폰이 생기고 달라졌다.



정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좋게 말고 나쁘게요.

오은영 박사님인들 고칠 수 있을까요

책 좀 읽게 해 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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