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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taetae Jul 08. 2023

제주 올레_4

내가 제주에서 태어났다면

  어제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가 계속 내렸다. 특히 새벽, 뇌우 소리가 창문을 넘어 들려왔다. 계속 이렇게 비가 온다면 나가지 못할 텐데. 두려움이 찾아왔다.

  그러나 비는 갈수록 옅어졌다. 나는 일단 우산을 펴고 여정을 시작했다. 한 발짝 두 발짝 나는 그렇게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비는 결국 그치지 않았다. 옅게, 또는 강하게 변주했다. 나는 우산을 들고 방황했다. 그러다 바람이 불었다. 나는 우비를 입었다. 이 모든 순간 속 나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일단 도착하자는 주의였다.

  우연히 제주의 학생들을 마주했다. 문득 그런 궁금증이 들었다. '제주에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아쉽지 않을까? 혹은 맑은 자연과 함께 즐거울까?'

  제주는 대부분 관광지로 여겨진다. 천혜의 여행지. 우리의 화산섬.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자연을 가진. 원주민들은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이 청량한 자연은 어디서도 볼 수 있는 것이기에.

  예를 들어 제주 학생이 미래에 어떤 것을 하고 싶다 생각해 보자. 아마 대부분의 것은 육지에서 배우거나 육지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일 확률이 높다. 가령 철도 기관사를 제주도에서 할 수는 없다. 그러면 그 학생은 어떤 선택을 할까. 자신의 꿈을 좇아 육지로 향할까 아니면 다른 직업을 선택하여 계속 가족과 제주에 살까.

  내가 향하고자 하는 '연구'에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연구는 기본적으로 소통을 필요로 한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 소통은 육지에서 이루어진다. 아, 아쉽도다.  

  특히 옛날 과거 제주 사람들은 그 아쉬움이 더 많았으리라. 자신은 관직에 나가 이 세상을 바꾸고 우리 가문의 이름도 알리고 싶은데, 제주에서 태어났단 이유 만으로 강력한 핸디캡을 갖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약 그 상황이라 했을 때, 나는 결국 제주를 택했을 것 같다. 혹은 시간이 흘러서 결국 복귀했을 것 같다. 제주가 좋기에.

  혹자는 이 선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 할지 모른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은 없다. 바꾸지 못한 것만이 존재할 뿐이다. 좁디좁은 우리나라에서, 이 선택이 없어질 순간을 고대한다. 통영에서도, 완도에서도, 제주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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