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에서는
어딘가 이국적이고
스치면 낯선 향수 냄새가 나는
젊은 여자의 느낌이 듭니다.
언제 처음 튤립을 직접 보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이가 들은 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적부터 보아왔던
살구꽃, 복숭아꽃처럼 정감이 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피사체로는 참 좋은 꽃이라는 생각이 들어
봄이면 늘 튤립을 사진에 담곤 합니다.
커다란 꽃송이,
볼륨 있는 꽃모양,
선명하고 고운 색,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자태로 인해
그야말로 사진빨이 잘 받는 모델입니다.
튤립에 물어보라/ 송재학
지금도 모차르트 때문에
튤립을 사는 사람이 있다
튤립, 어린 날 미술 시간에 처음 알았던 꽃
두근거림 대신 피어나던 꽃
튤립이 악보를 가진다면 모차르트이다
리아스식 해안 같은
내 사춘기는 그 꽃을 받았다
튤립은 등대처럼 직진하는 불을 켠다
둥근 불빛이 입을 지나 내 안에 들어왔다
몸 안의 긴 해안선에서 병이 시작되었다
사춘기는 그 외래종의 모가지를 꺾기도 했지만
내가 걷던 휘어진 길이
모차르트와 더불어 구석구석 죄다 환했던 기억
……튤립에 물어보라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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