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용기 Oct 21. 2024

가을 느낌-16

석산 Lycoris radiata/ Red magic lily


여름이 떠나갈 때

다가오는 가을을 

느긋이 느끼고 싶었습니다. 


여름과 가을이 며칠간 실랑이를 벌이는 가 했더니

갑자기 가을로 풍덩 삐져 들고 말았습니다. 


단풍은 아직 제 빛이 들지 않았지만

날씨는 벌써 늦가을로 달려가

무언가 쓸쓸한 느낌이 듭니다. 


한창 곱던 꽃무릇도 이제는 지고

애틋한 붉은 사연만 남겨놓았습니다. 


내년에도 이 꽃을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기약만 남겨놓았습니다. 




꽃무릇/ 박언숙


그대 숨소리가 지척에서 들렸어요


내 발길은 그 얼마나 바빴는지

아직 길은 하염없이 남았다 그랬지요

분명 길은 그대에게 가는 길인데

나 꽃 핀 자리가 약속한 그 자리 맞나요

혼자 걷는 길이 외롭고 아득하니

속히 뒤따라 나서라는 당부도 들었지요

어디쯤에서 소리쳐 불러도 봤네요

그대 숨소리는 지척에서 듣고 있는데요

평생 못 지킬 우리의 약속

파도가 바위 무릎 베고 누워볼 날 염원하듯

그대 푸른 잎에 기대어 꽃 한번 피워 봤으면

나 그대에게 가는 길 아직도 몰라

붉은 울음 무더기무더기 세워둡니다


젖은 눈물자리에서 오도가도 못 합니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2486785/feelings-of-autumn-16-by-yong-ki-park


#가을_느낌 #석산 #꽃무릇 #알_없는_기약 #2024년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날의 꿈-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