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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여전히 엄마표 영어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오후 2시 30분이 되면 두 아이는 집중 듣기를 시작한다. 오랜 시간 만들어왔던 습관 덕으로 딱히 거부랄 것도 없이 당연하게 할 일로 받아들인다. 12살, 9살이지만 같은 시간에 할 일을 끝내고 남은 시간에 함께 놀기 때문에 언니처럼 둘째도 한 시간의 집중 듣기를 매일 해내고 있다. 큰 아이는 소설책으로 집중 듣기를, 둘째의 경우에는 3점대의 챕터북들로 집중 듣기 중이다.


큰 아이가 영어 읽기가 잘 되지 않았던 2학년 시절, 집중 듣기 조차 버거워하던 시절에는 과연 우리 아이가 챕터에 진입은 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 길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기보다는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답답했고, 나보다 앞서서 이 길을 먼저 갔던 선배맘들의 후기를 보고 싶었지만,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때라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온라인 상에는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성공했다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고, 도저히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아이들의 케이스들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 아이들의 상황에 대입할 수 없었다.

© ReadyElements, 출처 Pixabay


간혹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는 아이들이 집중 듣기로 챕터에 진입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2년이 지나도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알 수 없는 허탈감에 빠진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를 다그치기도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매일 해야 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면 결국에는 아이는 성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지부진한 과정과 엄마의 멘털이 요동치는 괴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말이다.



큰 아이의 엄마표 영어는 돌아보면 실수투성이에 허튼짓 대잔치였다. 제대로 된 방법을 알지 못해서 의미 있는 노출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나의 실수들은 지름길로 갈 것을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과 같았는데, 그런 실수들이 그걸 끌고 가는 엄마도 괴롭혔지만 최대의 피해자는 아이였다.



물론 그런 실패의 경험들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들이 쌓여 지금의 프로젝트를 만들어냈지만... 만약 우리 아이가 순종적이고, 넣어 준 것에 비해 성과가 바로 나오는 영재 같은 아이였다면 프로젝트는 엄두도 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 아이 더 잘하고 있었으려나.



그래도 그나마 나 스스로 잘했다고 느끼는 것이 있는데, '읽기'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으로도 아이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가 영어에 대해서 여전히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학습서를 들이거나 억지로 쓰기를 강요하지도 않았다.



충분히 듣기가 되어 말하기가 어느 정도 되는 시점에서 집중 듣기를 시작했고, 집중 듣기를 천천히 올린 후, 쓰기를 진행했다. 인풋이 있는 상태였으므로, 아이가 집중 듣기를 하면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긴 시간 앉아서 문자를 봐야 하는 그 행위 자체가 어려울 뿐, 내용이 어려워서 힘들어하는 일은 없었다.



천천히 단계를 올리며 수준보다 약간 높은 책을 넣어주니, 시간이 갈수록 책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의 듣기 능력과 말하기 능력, 읽기와 쓰기가 동시에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에 아이가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더 잘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인지 영어에 관한 할 일을 추가해도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고학년으로 끌고 갈수록 엄마표 영어는 아이의 의지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아이 스스로 더 잘하고 싶은 욕구는 자기 주도 학습으로 연결이 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



엄마표 영어를 진행하면서 너무 많은 엄마표 영어의 방식을 보았다. 맹목적으로 집중 듣기를 시키는 사람들도 보았고, 이유도 없이 파닉스를 떼는 것에만 목을 매는 사람도 보았다. '왜'가 빠진 엄마표 영어는 언제나 쉽게 주변의 말에 흔들리게 된다. 내가 엄마표 영어를 선택했던 이유는 영어로 말하기가 가능한 아이였기에 노출의 모든 목적이 '충분한 듣기'를 통한 말하기에 있었다. '말하기'가 되니 그나마 읽기가 늦어도 마냥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읽기는 누구나 하지만, 영어로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영어는 듣기와 말하기가 가능한 소통하는 영어다. 영어로 사고하고 영어로 말하고 쓰는 것 까지 그게 내가 엄마표 영어를 선택한 이유였기 때문에 알맹이 없는 파닉스 교육이 의미가 없었고, 말하지 못하는데 AR만 올려서 집중 듣기 단계만 올리는 것에 급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경험상 많이 채워주기만 하면 언젠가는 터진다는 그 말도, 어떻게 채워주었느냐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로, 시간만 보내면 누구나 말하기가 터지는 게 아니라는 말.


고학년까지 엄마표 영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차분히 아이의 성장에 맞춰 끌고 왔기 때문이다. 주변에 내 아이와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수준 높은 챕터북이나 소설에 진입했다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내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양만큼 딱 거기까지 선을 지키며 왔기 때문에 진행할수록 아이는 더 즐겁게 따라올 수 있었다.



두 아이 모두 시간이 되면 알아서 집중 듣기를 찾아서 할 수 있는 것은 엄마의 강요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습관의 힘과 영어 자체에 대한 흥미, 그래서 그 행위 자체를 즐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듣기가 되니 말할 수 있고, 읽기가 되니 말하기의 힘으로 생각 쓰기가 가능해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무엇 하나 소홀할 수 없다. 거기에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가 있으니 추가로 진행되는 어휘서와 학습서가 부담스럽거나 힘들지 않다. 이게 엄마표 영어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엄마표 영어라는 길고 긴 과정, 그 과정을 대략 10년이라고 볼 때, 그 긴 10년의 기간 속에서 지금 당장 내가 위치한 자리에서 무엇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제 시작한 입장에서 가보지 않은 길이라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감을 잡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엄마표 영어를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 긴 과정의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어야 하고, 적어도 그 길을 지나쳐 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 나이마다 시작한 시기마다 학년마다 접근이 다른 게 이 길이더라.



영어 인풋을 위한 3가지


유아 때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은 그래서 '인풋'이다. 듣기와 말하기가 되는 아이로 키우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하고, 또 하나는 영어에 대한 흥미를 극대화시켜놓는 것. 그 두 가지를 목표로 뛴다면 7세 후반에만 돼도 읽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니 불필요한 허튼짓으로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양질의 인풋이 단단한 기초가 되어, 그 힘으로 소설까지 끌고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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