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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한장 Oct 29. 2022

  “가끔은 이 모든 능력이 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때는 내가 그저 세상에 기여하기 위한 존재인 것 같아. 모두들 날 그렇게 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잘한다, 네 덕분이다, 하면서 날 필요한 존재라고 선뜻 인정해주는 사람은 많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사람은 잘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사회에 기여하고,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지. 멋지고 훌륭한 일이야. 그렇게 숭고한 일 앞에서, 세상이 내게 부여한 이 뛰어난 능력 앞에서, 나는 그만 길을 잃고 말았어. 그래, 맞아.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야. 손에 쥐고 있던 작은 욕구와 하찮은 욕망을 이 빛나야만 할 인생 속 어느 구석에 놓아야 할지를 말이야.”

  그렇게 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이걸로 끝이야, 하는 의사표현일까. 더 이상 생기가 담겨 있지 않는 그녀의 눈은 세상에 대한 작별인사를 모두 마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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