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지만, 하나는 여전히 운동장 구석에 있는 벤치에 누워 있었다. 시끄러운 종소리 같은 건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저 천연덕스러운 태평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나는 하나를 볼 때마다 늘 그런 의문을 품었지만, 답을 얻을 날은 요원해 보였다.
“야, 저거 좀 봐. 포도 같지 않아? 아니, 사과인가?”
누워서 뭘 하나 했더니, 하늘에 떠다니는 하얀 과일에 한창 빠져있는 모양이었다. 어서 교실로 들어가자고 재촉해야 했지만, 당당한 그녀의 태도 덕분일까. 안 하느니만 못한 허망한 말처럼 느껴졌다. 멍하니 떠가는 구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