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설한장 Oct 29. 2022

겨울밤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손도, 발도, 따듯해 보였던 옷도. 분명 조금 전까지 내 눈앞에 있었는데, 하는 생각을 떠올렸을 즈음엔 이미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입에서 무슨 맛이 느껴졌다. 손가락을 가져다 대니 붉은 액체가 보였다. 그 액체는 눈 덮인 하얀 대지에 점을 찍으며 네가 있던 자리에 이어져 있었다. 눈이 살짝 녹아 있는 그 자리에 붉은빛이 점점 모여 방울을 만들고 있었다.

  그건 끔찍한 광경이었다. 물론 소복이 쌓인 눈은 끔찍하지 않았다. 붉은 액체도, 혀도, 손가락도, 전혀 끔찍하지 않았다.

  끔찍한 것은 바로 그 아름다움이었다. 그리고 달콤함이었다. 이 기분, 끝없이 몸이 해체되고 다시 재조립되는 듯한 감각을 나는 어찌해야 할까.

  겨울 밤보다 더 깊고 어두운 시간을 나는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당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