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에 말야. 내 이야기가 오래된 책으로 남아 있다면 어떨까?”
오후 4시, 반짝이는 금빛 태양을 뒤로한 채 네가 말했다.
“책? 무슨 내용으로?”
“그냥 내 이야기. 살면서 어떤 고민을 했었고, 어떤 선택을 했고, 그 결과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그런 내용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빛바랜 낡은 책을 떠올렸다. 그녀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역시 별로 재미없으려나.”
“인기가 많을 것 같지는 않아.”
“냉정하네.”
“솔직한 거지.”
“그래도 좋아할 사람이 있지 않을까? 먼 옛날에도 이렇게 별 볼일 없는 삶을 산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먼 미래에도 우리처럼 별 볼일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뜻으로 들리는데.”
“아, 그렇게 되나?”
의미도 없이 무방비한 웃음이 번졌다. 정말이지 쓸데없이 여유로운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