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저녁 풍경 속에서도 따스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태양은 결국 마지막까지 햇살 한번 비추지 않은 채 모습을 감추었고, 하늘을 빽빽하게 덮고 있던 구름에선 차가운 부슬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너는 꼼짝하지 않았다. 다가올 밤의 어둠이 그대로 자기를 집어삼켜주길 바라듯이. 삭막한 뒷골목 한켠에 쪼그려 앉은 그대로, 작은 담뱃불 하나에 의지하고 있었다.
“미안.”
네가 말해주지 않으니 그 비밀스런 속마음을 짐작할 길이 없었다. 토해내듯 뱉어낸 단어 하나에 담긴 무게가 내 마음을 짓눌렀다.
언제나 비밀스런 감정을 홀로 안은 채, 위태롭게만 보이는 네 모습. 내가 다가갈수록 그 모습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아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