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한잔하며
평소에 마시던 아메리카노 대신 라떼를 시켰다. 보통 누군가와 함께 찾는 공간, 요즘 혼자 찾는 시간이 많아졌다. 정확하게는 재택 근무가 아니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듯한 날들, 집 한구석에 마련해 놓은 홈 오피스에 앉아 씨름하는 날들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대려다주는 일이 내 몫이 된 후, 집 앞에 새로 생긴 카페가 더 반가워졌다. 작은 책상 하나, 노트북 하나가 놓인 자리로 곧바로 돌아가는 대신 커피 한 잔을 시킨다. 길어봐야 한 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오전이라 한산한 카페 안에 홀로 앉아 창밖을 바라본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 시간이 없는 걸까. 마음이 없는 걸까. 열정이 사라진 걸까.
오랜만의 시간이 나쁘지 않다. 그 사이 몇 번인가 업무 관련 카톡이 날아든다. 커피는 다 마셔가고, 에어컨 바람이 몸을 차갑게 식혀 가지만 선뜻 일어나기 어렵다. 아쉬운 마음인가, 휴식도 내성이 생기는 건가.
할 일이 남으면 기어코 다 할 때까지 스스로를 들들 볶으며 괴롭히는 나는 오늘 큰 결심을 하나 해 본다. 오늘 이 기분을 유지하며 아무 것도 안 해 보리라.
왠지 오늘은 실패할 듯하지만 가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워야겠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글렀나. 그럼 그냥 어느 날 문득,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날을 보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