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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jestyy 언제나 Jun 29. 2021

카페에 앉아

라떼 한잔하며

평소에 마시던 아메리카노 대신 라떼를 시켰다. 보통 누군가와 함께 찾는 공간, 요즘 혼자 찾는 시간이 많아졌다. 정확하게는 재택 근무가 아니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듯한 날들, 집 한구석에 마련해 놓은 홈 오피스에 앉아 씨름하는 날들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대려다주는 일이 내 몫이 된 후, 집 앞에 새로 생긴 카페가 더 반가워졌다. 작은 책상 하나, 노트북 하나가 놓인 자리로 곧바로 돌아가는 대신 커피 한 잔을 시킨다. 길어봐야 한 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오전이라 한산한 카페 안에 홀로 앉아 창밖을 바라본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 시간이 없는 걸까. 마음이 없는 걸까. 열정이 사라진 걸까.


오랜만의 시간이 나쁘지 않다. 그 사이 몇 번인가 업무 관련 카톡이 날아든다. 커피는 다 마셔가고, 에어컨 바람이 몸을 차갑게 식혀 가지만 선뜻 일어나기 어렵다. 아쉬운 마음인가, 휴식도 내성이 생기는 건가.


할 일이 남으면 기어코 다 할 때까지 스스로를 들들 볶으며 괴롭히는 나는 오늘 큰 결심을 하나 해 본다. 오늘 이 기분을 유지하며 아무 것도 안 해 보리라.


왠지 오늘은 실패할 듯하지만 가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워야겠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글렀나. 그럼 그냥 어느 날 문득,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날을 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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