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신진대사가 멈추는 순간, 그것은 곧 퇴보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더 높은 곳을 향해 갈망해야 한다.
내 안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 바위 아래 숨은 그것은 고요히 나를 응시하며, 발각되기를 기다린다. 나는 그 존재를 의식하는 순간 바위를 들추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리고 마침내 정체를 확인한다.
그것은 끝없이 펼쳐진 가능성이자 동시에 불안이다. 드넓은 바다 앞에 섰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그것은 경외와 황홀인가, 아니면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과 가늠할 수 없는 깊이, 한없이 펼쳐진 넓이에서 비롯된 공포인가?
하지만 그것은 내 손에 들린다. 그것은 날카롭게 내 살을 물고 게걸스럽게 나를 먹어치우기 시작하지만, 나는 그 매혹 앞에서 저항하지 못한다.
나는 빠르게 생각하고 결단해야 한다. 사소한 행동 하나조차 그것과 크게 반응하며 나의 앞날을 바꾸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의 아름다움을 견디지 못하고, 강한 소유욕에휩싸인다. 공포와 경외, 불안과 절망을 품은 그것은 되려 나로 하여금 정복을 갈망하게 한다.
그러다 문득 알아챈다. 펜을 지탱하던 내 왼손 중지 손가락이 사라졌음을. 그 자리에 있던 뼈와 근육, 그것을 감싸는 피부가 없다.
다만 그것이 내 손가락을 대신하여 더 많은 것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다.
여인의 손을 잡는 손, 동료와 악수하는 손, 지혜와 용기를 쥔 내 오른손이 그것을 꽉 움켜쥔다.
그것은 소유되기를 거부하며 비명을 지르지만, 그간의 무게만큼 악력을 가하자 마침내 순순히 길들여진다.
이제는 마치 태초부터 내 손가락이었던 것처럼, 내 왼손 중지 자리에 고요히 안착한다. 바위 아래를 다시 바라보지만, 거기에는 생명의 흔적조차 없다.
그렇다, 그것과 나는 태초부터 하나가 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내 왼손은 글을 쓰기 위함이다. 중지는 펜을 지지하는 가장 중요한 손가락이다. 그리고 그곳에, 그것은 나의 일부가 되었다.
먹히지 않기 위해 나는 다시금 오른손을 빌릴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제부터 내가 쓰는 모든 글에는 그것이 함께할 것이다.
나는 활짝 열린 바위의 입구를 뒤로한 채 눈을 뜬다. 그리고 펼쳐진 현실 앞에서 내 왼손을 바라보며 확실히 기억한다.
눈을 감는 순간, 그것은 언제나 내 왼손 중지에 붙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