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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헤니 Heny Kim Jul 03. 2020

7화. 허니 팽 페르뒤, 프렌치 토스트

이리저리 헤맨 사람의 레시피










잃어버린 빵, 못 쓰게 된 빵이라는 뜻의 팽페르뒤(Pain perdu)는 시간이 지나 딱딱해져 먹기 어려워진 빵을 우유와 계란에 적셔 구워 낸 것이다. 자신의 나라가 아닌 곳에서는 프렌치토스트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파리 11구의 카페 메리쿠르(Cafe mericourt)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이 글을 보고있다. 그들이 한글을 읽을 수 없는데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겨 본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막 불어를 알아듣기 시작할 때즈음 그곳의 주방에서 일하게 되면서, 대화가 시작되면 아는 단어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 더듬더듬 말을 이어 가야 했던 날들을 생각나게 한다.


프랑스에선 H가 두 개 들어가는 나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할 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불어엔 무성H와 유성H가 있는데 글을 쓸 때 차이가 있을 뿐 둘 다 소리 내어 발음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니? 에니? 유니? 휴니? 휸? 으로 이어지는 나의 이름을 불러 보려는 시도를 돕기 위해 창피한 기분을 덮어 놓고 허니(Honey)가 내 이름의 발음과 비슷하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이 친구들은 이름에 H가 두 개 들어가는 나를 허니라고 불렀지만 내가 도움을 잘 구할 줄 모른다는 것과 카메라 앞에 서면 어색해한다는 것,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이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곧장 알아챘고, 그걸 대충 모르는 척 넘어가지도 않았다. “허니, 짐을 맡길 곳이 필요하면 우리 집 지하에 창고가 있어. 허니, 너도 사진 찍는 걸 부끄러워하는구나?! 허니, 이 일이 끝나고 난 다음엔 뭘 할 거야? 뭐? 그건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린데? 허니, 어떡할 거야?”


허니는 길을 걸어가다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눈인사를 건네고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레 상대방의 어깨 뒤로 손을 뻗어 그와 포옹하고 볼에 입을 가까이 대며 인사한다.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이름을 아무도 읽거나 발음할 수 없는 곳에서 허니는 자기 이름에서부터 떨어져나온다. 나는 일곱 살이 되어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유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초등학생이 된 이름에 H가 두 개 들어가는 나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친구의 집에 놀러 간다. 친구가 나에게 엄마가 매일 머리를 예쁘게 양갈래로 땋아 주던 유정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인 척 듣고 있어야 하는 그 순간이 당황스럽다. 이름에 H가 두 개 들어가는 나는 유정아하고 불리던 아이가 눈앞의 친구보다 낯설다. 유정이의 앨범엔 허리에 손을 얹고 얼굴이 터질 듯 웃는 아이, 옥상에서 두 손을 배꼽 앞에 모으고 큰 입으로 노래하는 아이, 몸을 활처럼 접어 엉덩이 아래 두 다리 사이로 얼굴을 집어 넣고 혀를 내밀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아이가 있다.


이름이 뭐냐는 뜻의 불어 문장 “Comment tu t’appelles?”를

직역하면 “너는 너를 어떻게 부르니?”가 된다.


Honey pain perdu

말라서 굳은 빵을 버리지 않고

사용하려는 마음을 가진다.

신선한 우유와 계란을 섞어

단단하게 마른 빵을 듬뿍 적신다.

하룻밤을 기다렸다

표면에 설탕을 뿌려

진한 갈색으로 구워 낸다.

허브와 과일을 곁들여

꿀을 살짝 뿌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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