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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정 Apr 10. 2024

손님, 컬러링 제목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일상짧글 #2

여느 날처럼 정신없이 일정을 마치고 택시를 탔는데 한참을 달리시던 기사님께서 예상치 못한 질문을 건네다.


"손님,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컬러링 제목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도 참 좋아했던 노래인데 제목을 까먹어서요."


위치 확인차 전화를 거셨다가 내 컬러링을 들으시고반가우셨다고. '내 컬러링이 뭐였지?' 헤매고 있는 와중에 기사님께서 양해를 구하시고 다시 한번 전화를 거셨다.


Don't you worry 'bout a thing
Don't you worry 'bout a thing, mama
'Cause I'll be standing on the side when you check it out, oh


몇 년 전에 우연히 '씽'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봤다가 인생곡이 된 Don't you worry 'bout a thing이라는 노래가 택시 안을 가득 채웠다. 한때 내 카톡 프로필 뮤직, 플레이리스트, 심지어 컬러링으로도 꽉꽉 채웠던 노래. 주인공인 미나(코끼리)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무대가 날아가도록 이 노래를 열창하는 장면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이토록 좋아했던 노래도,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잊히던 터였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한 인생곡이, 걱정하지 말라는 단순한 가사가, 기사님과 이 노래에 대해서 나눈 짧은 대화가 왠지 모르게 잔잔한 위로가 되었다. 때로는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한 작은 위로가, 그 어떤 거창한 위로보다도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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