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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약시 Aug 18. 2022

휴가를 길게 가고 싶어요.

회사생활 4년동안 5일 이상 쉬어본 적이 없었다.

모두가 여름휴가를 가는 이 때, 1년 이하 근무로 연차가 없는 나는 그저 남들의 휴가계획을 듣고만 있다.

이미 다녀온 사람, 간 사람, 갈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노라면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있는지 의문이 든다. 나도 휴가가는걸 참 좋아하는데 말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바다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바다는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모든게 덮히고 잊혀지는 마법같은 능력이 있다. 그래서 먹먹하거나 생각이 깊어질 때 바다를 찾는 버릇이 있다. 현재 서해가 가까운 쪽에 거주하고 있어 답답할때면 서해 쪽을 자주 가곤 했다. 하지만 그 먹먹한 바다의 맛은 확실히 동해에 존재한다는걸 느낀다. 깊고 깊어 내 모든 고민과 걱정이 가라앉아 다시는 찾지 못할 곳에 던져지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바다는 주기적으로 봐줘야 하고 눈 앞에 있어줘야 한다. 하지만 일상에 치여 바다를 보지 못하게 된지 오래되었다. 특히 요즘 문득 바다를 보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지금까지 달려온 일상에 잠깐의 휴식이 필요할 때라는 경고인 것으로 보인다. 무언가를 저 안에 던져버려야할 때가 온 것이다.


요즘 일을 하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분명히 이직하고 난 후 모든 환경과 조건이 좋아진 상태임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4년간 쉬지않고 달려온 내가 모든 것에 지친것이 분명하다. 조그마한 사건에도 크게 반응하고 분노를 견디지 못한다. 특히 그게 회사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합리적이지 못한 일에 눈 감을 수 있는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회사에서는 당연하게도 합리적인 일만 일어나지 못한다는걸 그렇게 경험하고 경험했으면서, 익숙해졌으면서도 부정하고 있다. 


4년간의 회사생활동안 5일이상 쉬어본 적이 없었다. 전 회사에서는 회계년도 1년이 되지 않으면 휴가를 3일이상 붙여 쓸 수 없었다. 물론 이 모든 규칙은 오직 우리팀에만 적용되었지만 말이다. 팀장을 잘못 만난 죄로 주말 2일을 포함한 최대 5일의 휴가를 쓸 수 있었다. 그러나 5일간의 휴가를 쓰기도 쉽지 않았다. 휴가 승인 전, '복귀 이후 정말 아무 문제도 터지지 않을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 있냐'는 말에 알아서 휴가를 줄여 승인을 올리곤 했다. 그래서 휴가는 항상 짧고 아쉬움만이 가득했다.


현 회사로의 이직 전, 그 사이에 푹 쉬었어야 했는데 그 과정또한 쉽지 않았다. 인수인계를 핑계로 놓아주지 않는 '전 회사'와 인력부재로 급히 자리를 채워줄 사람이 필요했던 '현 회사' 사이에서의 '나 자신'은 휴가를 생각할 수 조차 없었다. 남아있던 연차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돈이라는 물질로 변화하여 통장에 꽂히는게 '중간에 낀 나'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렇게 현 회사에서 남들의 여름휴가를 지켜보게 된 것이다. 재직기간이 1년이 되지 않아 한달에 1개씩 들어오는 휴가를 모으지 못한 죄로 또 5일 이상을 붙여쓸 수 없게 되었다. 3년이나 겪었던 일에 대해 왜 이번에 유독 이 상황이 견디지 못하게 힘든지 모를일이다. 


그동안 달려왔던 4년간의 회사생활의 중간점검을 해봐야겠다. 길고 긴 4년의 시간동안 고작 5일 이상도 쉬어보지 못한 현실이 지독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이미 정답을 아는 듯하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을. 5일 이상의 휴가를 쓰지 못할 내 자신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떻게든 한번 만들어보고싶다. 6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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