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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찌 Jun 24. 2020

그래, 내 맘 알아주는 건 너밖에 없구나

34살 아빠보다 든든한 4살 아이의 말


여느 날처럼 나 혼자 남편에게 삐져서 쿵쿵쿵쿵 보란 듯이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다.

그러면 잠시 후 눈치 없는 남편은 그저 장난스럽게

"유재야 엄마 방에 들어가서 문 닫았어? 우리 엄마한테 쳐들어가자."라며 아이를 꼬신다.


이불속 숨죽여 누워 들으면서 '그래! 좋아!'라고 말할 아이의 대답을 기다리지만

곧이어 들리는 아이의 대답은

"아냐 아냐 엄마 냅둬, 엄마 쉬고 나오게~"

또 한 번 혼자서 아이에게 심쿵하는 순간.






엄마가 울고 있으면 언제나 제일 먼저 달려와서

"엄마, 속상해요? 엄마 울지 마세요."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고 안아주는 아들.

어쩌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한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엄마, 힘들어요?" 하고 묻는 아들.

혼자 신나게 뛰놀다 한 번씩 엄마한테 와서

"엄마, 사랑해요~ 엄마 안아줄라고~" 하며 한번 꼭 안아주고는 뽀뽀까지 잊지 않고 또 쿨하게 놀러 가 버리는 아들.

남편 퇴근 후, 혼자 방에서 쉬다가 나가면

"엄마, 다 쉬고 나왔어요? 이제 안 힘들어요?" 하고 묻는 우리 아들.


아직 4살밖에 안 된 아이가 엄마의 기분을 너무 신경 쓰고 눈치 보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한 마음과

엄마를 힘들게만 하던 '아들놈 키워봤자 소용없어!'의 아들이, 어느새 엄마를 위로해줄 만큼 컸다는 게 너무나 대견스럽고 마음이 공존하는 순간들.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를 만큼 벅차오른다.

백 마디 달콤한 말보다 진심이 담긴 아이의 한마디 말에 마음이 녹는다.



"유재야, 몇 살까지 엄마 안아줄 거야?" 하고 물으면,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섯 살까지 안아줄 거야~~"라고 답하는 영락없는 아가이지만,

엄마가 주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돌려주는 내 아이.

어디서 이런 말을 배웠을까 싶을 정도로 부쩍 이쁜 말만 하는 요즘,

그래서 어떤 대답을 할지 모르는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운 요즘,

아이들이 빨리 커버렸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하던 내가 천천히 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은 요즘.




..그리고 이런 아이 덕분에 우리 집에서 제일 말 안 듣는 큰아들, 남편은 오늘도 혼이 난다.

"유재만큼만 해봐라!" , "유재한테 좀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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