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 어플 <윌슨>의 미쓰한 윌스너
며칠 전 브런치를 통해 섭외 제안이 들어왔다. 일명 연애상담사. 내 연애와 관련된 글을 읽고 연애상담 어플 운영자가 조언자 역할 자리를 나에게 제안한 것이다. 섭외 메일을 받고 첫 번째 드는 생각은 ‘맙소사, 내 글을 읽고 이런 제안까지 들어온다니, 박차를 가해서 글을 써야겠군!’이었고, 두 번째 생각은 ‘잠깐, 내 연애도 개판인데 연애상담사라니, 가당키나 한 가?’였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다음 날 나는 여러 가지 등록절차를 거쳐 연애상담사가 되었다.
한때 내 연애는 그야말로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였던 적이 있다. 그때마다 우리 언니는 내 방에서 열 걸음 떨어진 곳에 상담소를 차렸는데, 나는 그곳의 단골고객이면서 유일한 고객이었다. 침대와 책상 그리고 옷장으로 채워진 좁은 언니 방 상담소에서 우리는 침대에 등을 대고 바닥에 앉아서 맥주를 마셨다. 주로 편의점 맥주가 상담의 대가였고 그마저도 내가 더 많이 마셨다. 그리고 체감상 마신 맥주보다 더 많은 양의 눈물을 쏟아냈다.
언니는 늘 탁월한 상담사였다. 그것은 언니가 기본적으로 자질이 있거나 연애고수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이건 비밀이지만 언니가 수차례 이별하는 것을 보며 '저거 혹시 문제 있는 인간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것이 내 인생의 미리보기인 줄도 모르고. (언니는 다행히 좋은 사람은 만나고 있다)
언니의 좁은 침대에 모로 누워 '나 이렇게 슬픈 거 정상인 건가?' 수십 번 같은 질문을 할 때마다 '야, 안 슬프면 그게 비정상이야' 언니는 지치지 않고 수십 번 대답해주었다. 나보다 먼저 같은 문제를 겪고 고민했었던 사람이 있다는 것. 어쩔 땐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상담의 8할은 공감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먼저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깊게 공감하고, 그것을 통해 누군가의 힘든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언니 방 상담소에서 느낀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상담소는 절찬리에 운영 중이다. (두 분이 다녀갔고 별점 5점이면 절찬리 아니겠는가?) 답을 구하고자 찾아오는 사람은 이미 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공감과 경청 그리고 적절한 질문을 통해 '넌 이미 해답을 알고 있어!'라고 알려주는 것이 상담사의 역할이 아닐까?
이렇게 내가 생각한 그대로 누군가에게 다가가 소소하지만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망한 내 연애경험들도 그리 망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월스너로 활동하며 생각했던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