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애 똥도 치우게 생겼구나...'

by 그로잉 그로브

수학여행을 가는 날이었다.
화장실을 잘 다녀왔는지 확인한 후, 모두 버스에 탑승했고 출발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녀석이 사색이 된 얼굴로 다가왔다.
"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
하지만 버스는 이미 고속도로에 진입한 상태였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신호가 와도 곧바로 말하지 않는다.
끝까지 참다가 더 이상 못 버티겠을 때야 도움을 요청한다. 최악의 상황이 되어서야 말하는 것이다.
기사님께 말씀드렸지만, 아직 휴게소까지는 한참 남아 있었다.

나는 아이를 버스 앞쪽, 내 옆자리로 불렀다. 앞자리에 앉히면 친구들에게 덜 알려지고, 대처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버스 기사님도 급하게 운전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는 옆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못 참겠어요... 못 참겠어요..."


잠깐 괜찮아지는가 싶다가, 다시 고통이 밀려오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나는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며 달랬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이제 똥 치울 일이 벌어지겠군...'
'다 큰 애 똥도 치우게 생겼구나...'




그런데 천만다행이었다.
10분 넘게 버틴 끝에, 마침내 휴게소에 도착한 것이다.

버스 기사님도 신경 써 주셔서, 바로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주유소 화장실 쪽으로 차를 대어 주셨다.


마지막 순간까지 방심하면 실수할까 봐,
"바지 내릴 때까지 방심하지 마라." 하고 신신당부했다.




이게 그냥 웃긴 에피소드일까? 나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이 녀석이 버스에서 실수를 했다면?
이 아이의 학교 생활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또 이를 수습하느라 얼마나 애를 써야 했을까?


만약 버스 기사님이 서두르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라도 났다면?
그건 정말 최악이다.


버스에서 배탈이 나 후속 대처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법정에 선 사례도 있었다.



학교 생활은 안정적으로 하고, 체험 학습은 가정에서 맡으면 안될까? 내 자녀를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예민한 학부모들이 체험 학습만큼은 이토록 관대한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존경할 만한 교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