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레이스 Dec 23. 2023

아이가 아프면 화가 나는 나 이상한가요?

나 좀 살려줘

"엄마 목이 아파.."

첫째가 말한다. 분명 한 달 전에 독감에 걸려서 타미플루도 먹었지만 또 목이 아프다니 단전에서 화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뭐?? 그러니까 내가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 했지! 했어 안 했어? 또 아프다 하면  어떡해! 말 좀 들어!"

또 목이 아프다니.. 화부터 난다. 사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게 아닐 텐데 아이들은 아프면서 크는 거라는 거 잘 알면서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고 했건만 아이는 내 말을 절대 안 듣는다.

내가 이렇게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화가 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일단 소아과 진료받기가 힘들어서이다.

요새 소아과 대란이라는 기사도 많이 나지만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기본이 50분을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어떤 병원은 7시부터 번호표를 뽑기도 한다고 한다. 하다 하다 병원 오픈런도 해야 하는가.. 뚝딱이라는 앱도 있지만 금방 마감되고  일찍부터 가서 줄 서야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뿐인가 하루종일 간호해야 한다. 누워서 이것저것 시키는 모양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민다.

사흘동안 꼬박 제1간병인이 돼서 간호를 한다. 그 와중에 학원선생님들 학교에 전화를 드리고 보강날짜를 잡는다. 애가 아프면 이런 보강을 잡는 일들이 큰 스트레스이다. 이제 좀 나아지려 하고 좀 살꺼같았는데 이게 끝이 아니다. 다시 시작된다.

"엄마  나 목이 아파"

둘째에게 어김없이 병이 옮는다. 목이 아프다고 하고 침대에 누워있는다. 내가 아이가 아프면 화가 나는 두 번째 이유이다. 한 아이가 아프면 어김없이 다른 아이에게 옮는다. 다른 방을 쓰고 안 부딪히게 한다고 하지만 며칠 지나면 다른 아이가 병에 걸려있다.

애 셋을 키우다 보면 항상 누군가는 아파있고 누군가는  숙제를 안 해 선생님들에게 혼내 연락을 받고 누군가는 친구땜 속상하다고 울고 있다. 이렇게 애 셋을 키우다 보면  일이 끊이지 않는다. 

둘째 아픈 지 10일째, 이번엔 남편이 말한다." 나 아무래도 애한테 옮은 거 같아.."   응?? 아니 옮아도 내가 옮아야지  애랑 밥을 같이 먹지도 않고 한방에서 같이 자지도 않는 사람이 왜 애한테 감기가 옮았다고 하는 건지..

하.. 나도 아프고 싶다.

아이가 아프면 화부터 나는 나.. 이상 한 걸까? 오늘밤엔 잠 좀 잤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황소수학 다녀보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