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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아 Jan 20. 2023

명상, 처음 맛 본 행복감

다이내믹 명상, 쿤달리니 명상 체험기

나의 관심은 오직 성장에 있다. 당신이 하나이자, 전체, 그리고 온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성장해야만 한다. 나는 당신에게 온전함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당신 마음의 쓰레기를 꺼내려는 것이다. 그 쓰레기를 완전히 끄집어내어 바람 속으로 던져버렸을 때, 온전함이 당신에게 주어질 것이다. 당신은 성장할 것이다. 당신의 존재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 이것이 명상의 의미이다.

- 오쇼 『명상, 처음이자 마지막 자유』




20대 초반, 저는 아침 잠이 많은 편이었어요. 그런데, 아침 5시 45분에 시작하는 다이내믹 명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아침 5시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과연 제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하며 긴장한 상태로 잠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한국에서 가져온 시계의 알람 소리가 예상 보다 요란해서 5시에 번쩍 눈이 떠지더군요. 자꾸 닫히려는 눈꺼풀을 치켜 올리며 후다닥 세수를 한 뒤 붉은색 로브를 입고 호텔을 나섰습니다.


해 뜨기 전 어둠이 깔린 새벽, 오쇼 아쉬람을 향해 가는 길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조금 무섭고 외로웠는데 붓다홀에 들어서니 많지는 않아도 몇몇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안도감을 느끼며 바닥에 앉아 기다렸어요. 뒤이어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더니, 명상 시작 시간이 되자 어느새 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모였습니다. 붓다홀 앞에 있던 검은색 로브에 흰 허리띠를 맨 백인 여성이 마이크를 켰어요. 어두워서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실루엣만 보였습니다.


 “Hello, Friends.”


부드럽고 우아한 목소리였어요. 곧 이어 그녀는 영어로 다이내믹 명상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대충 알아들을 수는 있었지만,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웠어요. 전날 밤, 한글 가이드 북을 예습하고 오길 잘 했다 싶었죠. 다이내믹 명상은 5단계로, ‘1단계, 10분 동안 호흡을 최대한 빠르고 세게 들이쉬고 내쉬기. 2단계, 10분 동안 몸이 움직이는 대로 완전히 내맡기기. 춤을 출 수도 있고 뛰거나 몸을 흔들 수도 있음. 3단계, 두 팔을 높이 들고 ‘후! 후! 후!’를 속으로 깊이 외치면서 10분 동안 제자리 점프 하기. 4단계, 그 자리에서 정지한 채 움직이지 않고 15분 동안 가만히 서 있기. 5단계, 몸이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춤을 추며 하루를 시작하는 기쁨을 표현하기.’ 였어요. 글로 읽고, 말로 들었지만 실제로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기에 긴장이 됐어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따라 하려고 눈을 감지 않았습니다.


“Enjoy”


설명이 끝나고 즐기라는 말과 함께 빠른 비트의 음악이 시작되었어요. 모두들 팔과 어깨를 앞 뒤로 움직이며 거칠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갑작스럽게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자 당황해서 몸이 얼어붙었죠. 마음을 다잡은 뒤, 그들처럼 열심히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어 보려고 노력했어요. 금세 지쳐버렸습니다. 도중에 너무 힘들어서 잠시 동안 쉬기도 했어요. 그렇게 호흡에 집중하고 있는데 음악이 바뀌었습니다. 불규칙한 비트에 빠른 리듬의 음악이었어요. 다들 미친 사람들처럼 마구잡이로 움직이기 시작하더군요. 괜스레 무서워져서 눈을 질끈 감았어요. 저도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긴장이 되어 잘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음악이 바뀌었고, 이제 사람들은 ‘후! 후! 후!’ 소리 내며 점프를 하기 시작했어요. 저도 발 뒤꿈치를 조금이라도 더 들어올려 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 힘든 나머지 점프를 포기했어요.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숨을 몰아 쉬며 주위를 둘러보았죠. 놀랍게도 제 옆에 있던 백발의 백인 할머니가 ‘후! 후! 후!’를 외치며 한번도 쉬지 않고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며 뛰고 있더군요. 할머니에게 자극 받은 저는 다시 기운을 차려서 점프를 했어요. 도대체 이 길고 긴 점프 지옥은 언제 끝나는 것인가, 정신이 혼미해져 갈 무렵 갑자기 ‘Stop!’이라는 큰 소리가 귀를 때렸습니다. 그 순간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딱 멈춰 섰어요. 처음에는 점프가 끝나서 좋았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온 몸에 좀이 쑤셔서 가만히 서 있는 걸 견딜 수가 없더군요. 드디어 마지막 단계의 음악이 나오자 이제야 끝났구나 싶어서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명상이 끝나고 나서 눈을 뜨니 저 멀리 해가 떠오르는 것이 보였어요. 고작 한 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마치 며칠이 흐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너무 지쳐버린 나머지 도저히 그곳에 계속 있을 수 없겠더군요. 다시 호텔방으로 돌아갔어요. 그리고는 침대에 누워 꿀 같이 단잠을 잤습니다. 잠에서 깨어보니 오후였어요. 아쉬람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 쿤달리니 명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쿤달리니 명상은 다이내믹 명상에 비해 훨씬 수월했어요. 총 4단계로, ‘1단계, 어깨 너비로 발을 벌리고 선 자세로 15분 동안 몸을 흔들어 털어주기. 2단계, 음악에 몸을 내맡기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대로 15분 동안 춤을 추기. 3단계, 15분 동안 눈을 감고 자리에 앉거나 서 있기. 4단계, 앉거나 바닥에 누워서 완전한 휴식 상태를 취하기.’ 였어요.


마지막 단계의 15분이 지나자 청량한 종소리가 들렸어요. 눈을 뜨니, 저 멀리 붉은색 노을이 하늘 가득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 순간, 붉은 노을과 제가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조용하고 평온하면서도 동시에 행복과 충만함이 느껴졌어요. 그 이후, 쿤달리니 명상은 제가 제일 사랑하는 명상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명상의 이미지는 조용한 공간에 눈을 감고 가부좌를 한 채 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오쇼가 만든 명상 프로그램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자유롭게 춤을 추거나 격렬하게 움직이는 등 몸을 쓰는 동작이 많았어요. 그 이유에 대해 오쇼는 “현대인들은 하루 중 대부분을 집안이나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몸에 축적된 에너지가 많다. 그래서 먼저 불필요하게 쌓인 에너지를 털어낸 뒤에야 내면의 고요함 속에 머물기 쉬워진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직접 몸으로 체험해보니, 오쇼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2주 정도 지나자 명상이 점점 몸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이내믹 명상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못 할 때가 많았지만 하루를 마감하는 쿤달리니 명상은 반드시 참석했죠. 하루에 2개의 명상만 해도 지쳐버렸던 제가 4개 이상 참석해도 끄덕 없어졌어요. 아쉬람에서의 생활이 슬슬 지루하게 느껴질 무렵, 제 인생을 바꿔놓은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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