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6일 아틀란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이 희생되었다. 명백한 아시아계 혐오범죄. 그 직후 한국계 Andy Kim 연방하원의원(민주당, 뉴저지-3 지역구)이 트위터에 긴 타래를 올렸다.
Andy Kim은 1982년 미국 보스턴 출생으로(즉 생래적 미국시민이라는 의미), 뉴저지에서 자랐다. 국무부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18년 선거에서 접전 끝에 약 4천표 차이로 승리했고, 2020년 선거에서는 3만표 차이로 여유있게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그의 지역구는 2016년 및 2020년 대선에서 모두 트럼프가 이겼던 곳이라 더욱 값진 승리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미국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그에 대해 깊은 빡침을 느낀 아시아계 미국인이 어떻게 자신의 입장을 주류 사회에 점잖게 제시하는지에 대한 모범이라 할 수 있는 글이다. 슬프지만 정말 잘 쓴 글이라 단숨에 번역했다. 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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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당연히 미국) 정부가 나의 충성심을 의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감정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하원의원으로 당선되기 전에 국무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어느 날 내가 한국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서면 통지를 받았다. 오로지 나의 한국계 성(last name) 때문이었다. 아연실색했다.
국무부 재직 시절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최고 등급의 비밀취급 인가도 물론 받았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당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서면이 날아든 것이다. 한국 관련 업무를 해보겠다고 지원한 적도 없기에 더욱 당혹스러웠다. 국무부는 선제적으로 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이다.
나 뿐만이 아니다. 국무부에 근무하는 다른 아시아계 미국인도 똑같은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조치는 '업무 배당 제한'이라고 불렸는데, '충성도 테스트 실패'라는 말을 관료제 스타일로 포장한 것에 불과했다.
내가 대체 왜 미국에 태어났는지 스스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한국말도 제대로 못 한다. 한국에 친척이 있기는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나 다름 없다. 우리 정부가 대체 왜 나를 신뢰하지 않는지 계속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나라에나 보안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내 성(last name)이 잔혹한 독재자와 똑같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엄격한 보안 관련 절차를 여러 번 거쳐야 했다. 그런 절차를 거쳐 최고 등급의 비밀취급 인가까지 받았는데, 대체 왜 나에게 이런 서면이 날아 들었냐 말이다.
나는 국무부 상급자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돌아온 대답은 한국 관련 업무에 실제 근무할 것도 아니면서 괜히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었다. 그들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갔다. 내가 문제삼은 것은 미래의 경력이 아니라 존중의 부재였다.
그 때부터 나는 이 정부에 내 자리가 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직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다들 다양성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국무부가 보낸 그 공식 서면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정부가 나를 외국인 취급하는데 대체 내가 어떻게 이 나라의 대외정책을 다룰 수 있겠는가.
국무부 그리고 미국 정부 전체는 고위직에 이 사회의 다양성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미국 사회의 구성을 좀더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더욱이 국무부는 우리가 세계에 우리의 다양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정부기관이다.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잔혹한 학살 사건을 보면서, 우리 미국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겪는 혐오와 차별을 직시해야 한다. 사람들은 정부에 대해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지만, 나는 사실 정부 그 자체에 우리가 고쳐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싶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겪는 인종혐오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위해 어제 애틀랜타를 방문했다. 두 분이 지키고자 하는 이 나라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고위직 자리가 법무부에 20개나 남아 있다. 국무부에는 100개가 넘는다.
올해 그리고 내년에는 여러 공직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그리고 다른 소수 인종들로 하여금 유권자로 등록하고, 투표하고, 출마하도록 함으로써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권력을 가진 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말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2018년 나는 하원의원에 출마했다. 백인 인구가 80% 이상이고 아시아계는 3%도 안 되는 뉴저지-3 지역구에서 내가 당선될 가능성은 없다고들 했다. 하지만 나는 다른 누군가가 내가 성취할 수 있는 혹은 없는 일 그리고 내가 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규정하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
2019년 당시 기준으로 유일한 한국계 미국인 하원의원으로 취임했다. 지금 나는 하원 외교위원회, 국무부를 감독하는 바로 그 위원회 위원이다. Ted Lieu 의원 그리고 다른 동료 의원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정부와 이 나라 전체에 걸쳐 그런 문제들이 시정되도록 계속 밀어부칠 것이다. [해설: Ted Lieu는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33 지역구 하원의원이다. 그는 대만에서 태어나 3살 때 미국으로 이민했다. 즉 생래적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고, 현재 이런 하원의원이 18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