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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훈 Jun 02. 2021

동료를 존중하는 조직문화

피렌체의 식탁 칼럼에 취임 당일 백악관 보좌진 영상 선서식을 주재할 때 발언을 들으며 바이든 리더십에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썼다. "나와 함께 일하는 동안 동료를 존중하지 않거나 깎아내리면 그 자리에서 해고될 줄 알아라."


이 장면이 인상깊었던 이유는 전임 트럼프 백악관의 유독한(toxic) 업무환경과의 대비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바마 회고록 내용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청소부와 fist bump를 하는 유명한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오바마는 백악관 직원들과 격의 없는 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여성 그리고 유색인종 직원에게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놓쳤다. 여성 혹은 유색인종 직원은 백인 남성이 겪지 않는 문제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워야 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발언으로 유명한) 래리 서머스가 대통령 면전에서 내 제안을 무시한 것은 내가 검토한 내용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내가 여자라서였을까? (성질이 불 같은) 비서실장 이매뉴얼이 어떤 이슈를 나와 상의하지 않고 액셀로드에게 물어본 것은 그의 정치적 통찰이 필요해서였을까 아니면 흑인과 얘기하기 불편해서였을까? 백인 남성은 떠올리지 않는 질문들이다.


집권 첫 해 연말 (오바마 백악관의 실세) 발레리 자렛이 면담을 청해 백악관 고위직 여성들의 좌절감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오바마는 그들을 관저로 초대해 저녁을 함께 하며 얘기를 들었다.


역시 남자놈들이 문제였다. 정책 논쟁을 하는 중에 소리지르거나 욕하기, 다른 사람(특히 여성)이 얘기하는 중에 계속 중간에 끼어들어 말을 자르고 결국 혼자 대화를 독점하기, 다른 사람(대부분 여성)이 30분 전에 이미 한 얘기를 마치 자기 아이디어인 것처럼 포장해 다시 꺼내들기 등등.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남자놈들이고 본인도 그런 분위기에 일조했음을 자백한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지만 직접적으로는 '백악관'이라는 조직의 리더다. 오바마는 백악관 스탭의 사기를 유지하는 것은 타인에게 위임할 수 없고 대통령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한국 조직의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평등하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드는 것이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 바이든과 오바마가 보여주는 것처럼, 조직의 수장이 챙겨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일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조직문화를 만들면 안 된다. 다양하고 평등한 좋은 조직문화를 지키지 않으면 구성원들이 100% 실력을 발휘할 수 없어 결국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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