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은데 쓸 수가 없다
브런치에는 더욱 그렇다
그동안 일기장에 소소히 적어오던 내 감정과 이야기들을 이제 이곳에 적어가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인데.
판이 너무 커져버린 것이다
소소한 내 감정과 일상을 기록하는 용도로 쓰기에 브런치는 이미 너무 근사해져 버렸다
단어를 골라야 하고, 사진을 선정해야 하며,
글씨체와 문단 스타일을 염두해야 한다.
이 글을 읽을 사람들을 신경 써야 하고
그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하기에
함부로 아무거나 쓸 수가, 더욱 힘들어지게 되었다.
이 공간은 더 이상 내 개인적인 공간이 아니라
상업적이고, 공식적이고, 타의에 의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글을 쓰며 쉬는 나에게,
글을 쓰는 것이 일이 되어버리니
더 이상 이곳에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져 버렸다
휴대폰 화면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브런치 앱.
자주 사용하지 않는 앱을 정리하라며 알람이 뜰 때 목록에 브런치가 포함되어있었다.
매일 바라보면서 차마 나는 클릭 한 번 맘대로 하지 못한 채 한 숨만 쉰다.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가지만
감히 이곳에 적어낼 용기가 없어져버렸다
내 브런치의 앞날이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