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설을 쓰게 된다면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종류가 서로 다른 세 알의 약을 취침 한 시간 전에 먹습니다.
요즘에는 약을 지으면 봉투에 약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나와있어서 내가 먹는 약이 무엇인지 다들 알 수가 있죠.
항우울제,신경안정제,항불안제
이렇게 세 알을 먹어야만 아침까지 푹 잘 수있어요. 이 중 한가지만 빠지거나, 용량이 달라져도 잠의 질이 확 달라집니다.
대개는 이렇게 먹으면 아침까지 푹 자는데, 열흘 중에 삼,사일은 새벽에 깨곤 합니다.
며칠 전의 일인데,
이 날도 새벽녘에 설핏 잠에서 깨어났어요. 창밖으로 희뿌염하게 빛이 들어오는걸 보니 대충 이른 아침인거 같았어요. 머릿속에 생각 하나가 떠올랐어요.
생각을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예고도, 단서도 없었어요. 그냥, 별안간, 불쑥 끼어든 생각이었어요.
픽션에 대한 아이디어였습니다.
대충의 줄거리와 주인공, 이야기가 펼쳐질 공간 등이 난데없이 펼쳐졌어요. 결말도요.
생각을 더 하다간 그대로 완전히 잠이 깨버릴것 같아 억지로 잠을 청했어요. 만약 이 생각이 며칠 후에도, 멀쩡한 정신일 때도 다시 상세하게 떠오른다면 브런치에 써봐야겠다 생각했어요.
며칠이 지났네요.
첫 번째 문장이 계속 머릿 속에, 손 끝에서 맴돌고 있어요. 괜히 시작했다가 제대로 끝맺지 못할까봐 시작을 못하고 있네요. 픽션은 처음이니까요.
시작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네요. 한 호흡의 글을 쓰는건 상당한 에너지가 요구된다는 걸 잘 알기때문이죠.
저는 매우 게으른 사람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