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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a 유현정 Aug 23. 2024

관계가 가시처럼 걸릴 때

<라라의 창작민화 6> 섶섬 유토피아


아직도 무더운 여름이다.

작은 태풍이 지나갔지만 아직은 8월. 올해는 장마도 무척이나 길었다. 거머리처럼 온몸을 휘어감던 습기를 겨우 떼어내자마자, 이번에는 불볕 같은 태양이 와랑와랑 이글거리며 기온이 솟구다. 하루 종일 에어컨 냉기에 시달려야 지만, 그나마 창밖으로 다본 하늘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을 보며 멍 때리는 시간은 휴식과 힐링을 안겨준다. 그래, 이게 여름이지! 중얼거리며 한여름을 웰컴 했더랬다.




최근 더위만큼 관계의 피로감이 적되었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친구  팀이 제주를 다녀는데, 관계의 불협화음이 불거지면서 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오래된 관계가 편해질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잘 보이지 않던 단점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씩 눈에 띄게  것나이 때문일까. 상대에 대한 실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다가 서운함까지 더해면서, 관계의 포물선이 곤두박질쳤다. 아무리  관계라 할지라도 마음의 문이 자꾸 닫히 다.


이런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야 될까.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라는 나의 신념은 오래도록 이 질문을 가슴에 품게 만들었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마음을 괴롭혔다. 결국 나는 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용서라고 하는 거대한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데, 솔직히 나는  앞에서 주춤다. 이미 열정과 애정과 욕구가 소진되었고, 다가 제주에서 새롭게 이어나가고 있는 관계들이 나의 삶을 확장시키고 있었다.


관계는 늘 변화한다. 관계라는 나무는 서로에게 이끌려 정성을 들일 때 럭무럭 자라고  무성해다. 그러 누군가의 실수로 된리를 게 되면 색이 고 시들기 시작는 법. 이때 서로 욕구가 전제되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지 는다, 한때 그토록 빛나던 잎 결국 낙엽이 되어 바닥에 뒹굴고 마는 것이다. 관계는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 서로를 긍정하는 토대에서만 일어는 법인데, 수한 상대가 사과는커녕 요지부동이라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 남기고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관계에서 가장 참기 어려운 부분은 바로 무례함이다. 예의가 없는 언행은 선을 넘는 행위로써 상대의 인격을 침해하는 폭력이 된다. 폭력을 행사하고도 모른 척 사과하지 않아서 얼마나 많은 날을 홀로 괴로워했던가. 상대가 끝까지 자기변명과 요구만 늘어놓다면, 부정적인 감정해소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세력이 커지면서 괴물을 만들어낸다. 쌓인 감정은 결국  분노로 폭발되고 관계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나는  당신의 이런 말과 행동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고 속상해요."

"아, 그랬군요. 저의 언행이 당신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이제 이런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사람하고만 관계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 말꼬리를 잡으며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과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그럴 때 나는 차라리 입을 다물고 침묵으로 대응한다. 그리 지나온 세월이 아까워서 또는 연민의 마음으로 관계를 이어나갈 필요 없다고 되뇐다. 그런 사람은 관계의 소중함을 놓치고 있 무례함이 속될 가능성 크 때문이다.




관계 때문에 힘들었던 고통의 시간들은 다행히 배움의 시간이 되었다. 나는 나의 바운더리를 지켜나가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이제는 나의 감정에 깨어 있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마치 목에 걸린 가시처럼 관계에서 불편함이 감지되는 순간, 바로 상대에게 나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감정을 안에 가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내자 오히려 관계가 좋아졌다. 마음도 달아 가볍 단순하고 명쾌해지기 시작했다.


무례함으로 시작된  불편했던 관계의 터널을 져나오니, 다시 빛의 세상이 펼쳐졌다. 이 관계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바로바로 청소를 하고 있다. 상대가 무례함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관계를 이어가고, 사과 대신 변명만 늘어놓는다면 조용히 돌아선다는 관계의 기준도 생겼다. 제는 굳이 관계를 끌어안으려 시간을 낭비하면서 너무 애쓰지 말아야겠다. 덕분에 숙제같던 관계 한결 가 느낌이다. 


섶섬이 손에 잡힐 듯한 바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바다 수영을 나갔다. 한 번은 친구를 따라 섶섬이 손에 잡힐 듯 바라보이는 소천지 앞바다로 나갔다. 소천지 입구 정자에는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정자 왼쪽으로 길을 만들어 놓으셨다. 바위를 딛고 십여 미터 내려가니 맑은 바닷물이 찰랑거린다. 얼른 오리발을 차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바다에 누워 섬과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마음까지 출렁거렸다.


나는  섬을 바라보며 유토피아를 꿈꾼다.

나의 민화 그림 속으로 인어가 놀러 왔다. 얼른 섬 주변에 밀가루처럼 고 하얀 백사장을 깔아, 섬이 만들어주는 그늘에 파라솔을 펼놓았다. 온몸을 보라색으로 예쁘게 치장한 인어는 서핑보드를 즐기 깔맞춤 한 애완 고래  주변을 맴돈다. 노랗고 탐스런 해바라기가  태양을 따라 고개를 돌 갈 때, 하늘에 피어오르는 뭉게구름 사이로 바닷속 해파리가 하늘로 두둥실 날아오른다.


나는 그림을 그리며 관계의 유토피아 꿈다.

아무런 미움과 서운함 없이, 서로 용서할 거리 하나 없이, 완벽한 제주의 풍경 따스하고 아름다 관계를! 최근 나처럼 관계를 앓고 있는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를 챙기고 보듬으려는 마음이 읽히며, 그녀와의 우정은 오래오래  지속되고 성장할 것을 예감한다. 우리는 모두 망망대해를 떠도는 이 되어  인생을 표류고 있다. 하나의 우정이 떠나간 빈자리로 인연이 이끄는 새로운 우정이 다가고 있다.


여섯 번째 창작민화 <섶섬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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