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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내리는 봄날 Aug 13. 2021

유사과학에 대한 과학적 접근 - 물과 언어

물은 답을 알고 있을까?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아마 한 번쯤은 무조건 들어봤을 이야기이다.


좋은 말을 하고, 나쁜 말을 줄이면서 물을 통해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하자. 우리의 몸도 70%가 물이기에 물과 마찬가지로 좋은 말을 할수록 몸에 좋다.

라고 물은 답을 알고 있다의 저자인 에모토 마사루는 그의 저서에서 주장하고 있다.


 먼저, 좋은 말을 하면 건강에 좋다는 말은 과학적이라고 볼 수 있다. 좋은 말은 긍정적인 사고와 스트레스 감소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이런 좋은 말의 부가적인 효과는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위에 있는 저자의 말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좋은 말을 하는 것은 우리의 몸이 물인 것과 관련이 없으며 좋은 말이 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영향을 미친다고 하여도 물이 받은 영향이 몸에도 영향을 주는지도 증명할 수 없다.

 저자의 말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은 이와 같다. 먼저, 좋은 말은 물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또한, 영향을 준다 하여도 좋은 말이 만들어낸 물의 변화가 몸의 변화로 이어지는지도 증명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 책의 저자는 과학자라고 볼 수도 없다. 그는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문과 출신이다. 물론, 문과 출신이 과학적인 글을 써서는 안 된다! 와 같이 폐쇄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문과 출신인 사람도 얼마든지 노력과 조사, 연구를 통해서 과학이나 수학 서적을 만들어낼 자격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말이 이 책의 저자에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철저하게 과학적인 사전 조사 등을 무시한 채 책을 작성했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책에서 저자는 좋은 말을 써놓은 통은 얼음 결정이 예뻤고, 나쁜 말을 써놓은 통에서 언 얼음은 결정이 못생겼다는 주장을 펼친다.

 사실 이 문장에 대해서 어떤 부분부터 지적해야 할지 감이 안 올 정도로 엉망인 문장이다. 먼저, 결정이 예쁘다는 주장의 기준은 무엇인가? 저자 나름의 기준이 있다 하여도 그 기준은 객관적이지 못하고 지극히 주관적인 주장일 것이다. 또한, 그의 기준이 올바르다고 증명할 길도 없다. 결정이 예쁘다는 주장은 어떤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다음으로 좋은 말과 나쁜 말이 결정의 형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또한 굉장히 낮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좋은 말을 써놓은 통의 결정 형태와 나쁜 말을 써놓은 통의 결정 형태가 다르다 하여도 이는 실험 환경에서 발생한 여러 오차에 의해서 발생한 차이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물론, 온도나 습도 등 실험 환경을 절대적으로 통제했다면 결정 형태의 차이가 클 확률도 사실상 없다. 즉, 물이 좋은 말과 나쁜 말의 영향으로 결정 형태가 변했을 가능성도 없다.


 책에서는 이 주장의 근거로 물은 46억 년간 지구 상에 있었기에 뭐가 좋고 나쁜지를 안다는 주장을 펼친다. 먼저, 46억 년간 지구 상에 있었던 것은 물만 아니다. 물, 산소, 질소 등 수많은 원소들이 46억 년간 지구 상에 존재했다. 책의 저자가 주장한 것이 맞다면 산소도 답을 알고 질소도 답을 알고 철도 답을 알 것이다. 또한, 물은 생물이 아닌 무생물이다. 즉, 무언가를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인간과 같이 뇌도 없고 어떤 신체 기관도 없는 물이 기억이라는 것을 가지고 답이라는 것을 주장할 수는 없다.

 또한, 이 주장은 언어학적인 측면에서도 주장의 신빙성이 없는 의견이다. 이 글에서는 과학적인 측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짧게 이야기하고 넘어가겠다. 예를 들면,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 등 세계 곳곳에서 쓰이는 다양한 언어는 각기 다른 발음을 가진다. 즉, 한국어에서는 욕으로 쓰이는 발음이 저 멀리 떨어진 어떤 나라에서는 굉장한 칭찬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 저 멀리 떨어진 나라에선 심각한 욕설로 사용되는 발음이 일본에서는 칭찬으로 사용되는 등의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해당 문화권에 있는 물은 해당 문화권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 언어에 맞게 좋은 말인지 아닌지 판단하여 결정 형태가 변화한다는 것인데 이는 과학적인 증거가 전혀 없는 주장이다.


 정리하자면, 물은 답을 알고 있지 않다. 답을 알고 있을 리가 없다. 물은 우리의 몸에 도움이 되는 물질일 뿐이지 나쁜 언어와 좋은 언어를 구분하고 이에 맞게 결정 형태를 변화하는 등에 행동을 취할 수 없다. 하지만, 좋은 말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유사과학은 좋은 말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믿을 필요도 가치도 크게 없는 주장이다.


 다음 글에서는 물에 관한 유사과학을 계속해서 다루고자 한다. 다음 주제는 수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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