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효상 |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시간과 건축에 대한 공감각적 에세이
아름다운 책이다.
내지가 약간 노란빛을 띠는 미색인데, '한 건축가의 수도록'이라는 소개와 상당히 잘 어우러진다.
사진이나 일러스트도 대부분 흑백 처리되어 있어서 건물의 형태와 구조, 명암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담백한 느낌은 덤.
제목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박노해 시인의 시였다. 시간은 그저 단순히 흐르는 것 같지만, 시간의 풍화작용이란 참으로 오묘해서 이를 견뎌낸 것들은 낡고 갈라졌을지언정 그 나름의 멋과 아름다움을 품는다.
책 뒤편에 유홍준 교수의 소개문이 있길래 두 분은 어떤 인연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유홍준 교수의 자택 '수졸당'을 설계한 것이 바로 건축가 승효상이었다. 승효상의 건축사무소의 이름은 '이로재'라고 하는데, '이슬을 밟는 집'이라는 뜻이란다. 알고 보니 수졸당을 설계해 준 답례로 유홍준 교수가 이 글자가 새겨진 현판을 준 것이라고 한다. 두 분의 인연이 깊은 듯하다.
책은 총 25편의 짧은 글로 나뉘어 있다. 본인이 방문했던 도시 및 건축물에 대한 사유와, 그것이 건축이라는 큰 틀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평론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 병산서원, 르 코르뷔지의 롱샹 교회당과 라투렛 수도원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건축물뿐만 아니라 소쇄원, 기오헌 같은 내가 잘 몰랐던 건축물들도 소개되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요즘 도시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차라 이 책이 더욱 반가웠다.
책 곳곳에서 소위 '제 3세계' 국가들이 서구가 주도하는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물결로 인해 도시 고유의 문화생태를 스스로 파괴하고, 도시를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와 고층 빌딩으로 채우는 것에 대한 한탄이 느껴지는데, 나 역시 공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