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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Sep 26. 2021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우리는 목숨을 소모하여 삶이라는 경험을 얻는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말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다.


올해 초, 비가 오던 어떤 날의 일이다.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데 택시 기사님이 거의 라디오 dj 수준으로 말씀이 많으셨다. 크게 바쁘거나 그렇게 피곤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택시 기사님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듣고 있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가끔 본인이 잔돈을 잘못 주거나 취한 손님이 택시 요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가는 경우가 있지만 또 가끔은 손님이 돈을 더 주고 간 것을 나중에야 알아차린다거나 한다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이 손실과 이익이 어느 정도 돌고 돌아 평형이 맞춰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등가교환에 시간이 개입하면, 윤회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인생은 엄청나게 복잡하게 꼬여있어서 어떤 두 가지가 서로 같은 값어치인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지금 잃은 것은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돌아올 수 있고, 지금 얻은 것은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삶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녹록치 않아서 역사에 기록될 만한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 중이 아니더라도, 매일 아침 일어나 삼시 세끼를 챙겨먹고 다시 잠드는 것을 매일 반복하는 것만 해도 쉽지 않다. 이것을 계속 해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의 경험치라는 것을 얻는다. 잃는 것은 무엇이냐? 당연히 시간이다. 매 순간 살아가며 우리는 경험을 얻지만 시간을 잃고 있는 것이다. 생명과 체력을 소모하며 매 1분 1초를 살아가고 삶의 경험을 쌓고 있는 것이다. 나는 모두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고, 삶은 한 번 뿐이니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해서 열심히 사는 게 아니다. 다른 무엇도 아닌 내 목숨이라는 값진 것을 소모하며 경험이라는 대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면, 내 목숨만큼 값진 경험들을 하고 싶기 때문에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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