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선 하나가 지평선을 따라 죽 그어졌다
창백하리만치 푸른 밤그늘 아래
활시위처럼 당겨진 그믐달
어둠은 내려다보는 이를 삼킬 듯
거대한 공허를 벌리고 있다
시선을 떼지 못한다
함께하던 순간들마다
네게 그러했던 것처럼
투명한 선이 그어진다
볼을 타고 잔잔한 떨림을 이어나가다
툭 떨어진다
가늠할 수 없는 마음처럼
알 수 없던 이름처럼
흔들린다
그날의 들꽃과 억새와 무르익은 벼들이
복숭아빛으로 물들어가던 구름 아래
무수한 빛내림들 사이로
바람의 결을 만들어내며
흔들린다
춤을 춘다, 기쁨의 춤을
멀어져 갈 때
손을 흔들 때
그리움이 때로 사무칠 때
슬퍼하거나
고단해하거나
지쳐 보이거나
해맑게 웃을 때
그럼에도 당당하고 단단하던
너의 숨겨진 그늘을 볼 때
돌아서서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움조차
눈물조차
기쁨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