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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전우형 Oct 07. 2024

기쁨이었음을

붉은 선 하나가 지평선을 따라 죽 그어졌다

창백하리만치 푸른 밤그늘 아래

활시위처럼 당겨진 그믐달

어둠은 내려다보는 이를 삼킬 듯

거대한 공허를 벌리고 있다

시선을 떼지 못한다

함께하던 순간들마다

네게 그러했던 것처럼

투명한 선이 그어진다

볼을 타고 잔잔한 떨림을 이어나가다

툭 떨어진다


가늠할 수 없는 마음처럼

알 수 없던 이름처럼

흔들린다

그날의 들꽃과 억새와 무르익은 벼들이

복숭아빛으로 물들어가던 구름 아래

무수한 빛내림들 사이로

바람의 결을 만들어내며

흔들린다

춤을 춘다, 기쁨의 춤을


멀어져 갈 때

손을 흔들 때

그리움이 때로 사무칠 때


슬퍼하거나

고단해하거나

지쳐 보이거나

해맑게 웃을 때

그럼에도 당당하고 단단하던

너의 숨겨진 그늘을 볼 때


돌아서서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움조차

눈물조차

기쁨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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