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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dge IT Jan 14. 2021

뉴욕 문화산책: 루빈 뮤지엄

첼시에 위치한 루빈 뮤지엄 (Rubin Museum of Art) 에 대해 소개해드리려구 해요. 루빈 뮤지엄은 많이 모르실 것 같은데요. 숨어있는 보석같은 뮤지엄이어서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루빈 뮤지엄은 불교 미술관으로 히말라야 지역에서 최근까지 만들어진 회화, 불상, 조각, 불교사원 등에서 사용된 공예품 등 1200점을 상설 전시하고 있는 곳이에요. 이렇게 들으면 재미없을 것 같죠. 특히 종교가 불교가 아니신 분들. 굳이 내가 왜 불교를 다룬 뮤지엄에 가야되나 싶으시죠? 저는 오히려 종교가 다른 분들에게 더 추천드려요. 생각을 확장시켜주고 유연하게 해주거든요. 참고로 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입니다. 다른 종교를 보고 이해하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세계관이 넓어지기 때문에 저는 이런 다양한 뮤지엄에 가는게 참 좋아요. 





제가 루빈 뮤지엄을 알게 된 것은 MBA를 다닐 때 Art Club에서 주최한 견학을 통해서 였어요. 그 당시에 방문했을 때는 루빈 뮤지엄이 제가 가본 뮤지엄 중에서 가장 잘 증강현실 (AR) 기술을 활용해서 작품을 큐레이션 해둔 것이 참 인상깊었어요. 아래의 이미지에서 보실 수 있듯이 아이패드를 곳곳에 비치해두어서, 관람객들이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작품에 대해 더욱 자세하고 재미있게 알아갈 수 있게 해두었어요. 굉장히 Interactive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다만 이번에 방문했을 때는 코로나로 인해 아이패드들을 다 치웠더라구요)




같은 곳을 가더라도 그때마다 느낌이 다르잖아요. 아마도 그 당시 본인이 처한 상황이나, 본인이 생각하고 느끼는 부분이 달라서이겠죠? 우리는 우리가 관심이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보는 경향이 있으니깐요. 그래서 저는 같은 공간에 여러번 반복해서 가는것을 좋아해요. 공원이든. 카페든. 뮤지엄이든 말이에요. 똑같은 공간이어도 그곳에 가는 제가 다르잖아요.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른 사람이니까, 오늘의 내가 가서 본 그 공간은 어제의 내가 가서 본 그 공간과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는거죠. 저는 이런 다른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참 좋아요.




최근에 루빈 뮤지엄에 가서는 색다른 아름다움이 보이더군요. 크게 두가지였어요.


아름다움 하나. 이곳은 관람객과 상호소통하는 참여적 전시를 많이 한다. 


루빈 뮤지엄의 1층에 이런 아름다운 연꽃 (Lotus) 장식들이 있어요. 이 연꽃들로 만든 아름다운 전시는 관람객들이 참여해서 만들어진 전시에요. 각자의 집에서 연꽃을 종이접기해서 가져온거죠. 코로나로 힘든 상황 속에서, 관람객 각자가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감사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연꽃을 접어서 가져오라고 한거에요. 연꽃의 뿌리는 물 속에 있고, 진흙을 통해서 자라나서 언젠가는 표면으로 올라와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거죠. 이러한 연꽃의 모습을 보고 힘든 코로나 상황도 희망을 갖고 씩씩하게 이겨나가자는 의미라고 해요. 관람객들이 연꽃을 접어와서 함께 이런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었듯이, 지금 이 힘든 코로나 상황도 우리가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거죠.


 



뮤지엄의 6층으로 올라가보니, 관람객과 소통하는 전시가 또 있었어요. "편지쓰기 프로젝트 (The Letter Writing Project)" 라는 것이었는데요. 관람객들로 하여금 말로는 하기 힘들었던 감사, 용서, 그리고 사과를 담은 편지를 써서 참여하라는 것이었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예술가인 Lee Mingwei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 할머니가 살아계신듯이 살머니께 계속 편지를 쓰면서 살아계실 때 나누지 못했던 마음과 생각을 적었다고 해요. Lee Mingwei는 "편지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관람객들이 말로하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이를 나눔으로써 서로 소통하게 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아래 오른족에 보이는 곳이 관람객들이 보낸 편지들로 채워지게 될 것이라고 해요. 관람객들이 와서 "편지를 씀"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또한 다른 사람의 "편지를 읽음"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받아보기도 하는거죠. 그렇게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게 하는 예술 프로젝트였어요. 


이 "편지쓰기 프로젝트" 에 참여하려면 뮤지엄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신청을 하면 편지쓰기 키트를 보내준다고해요. 집에 와서 편지쓰기 키트를 주문했어요. 다음에 다시 방문할 때는 제 편지와 함께 예쁜 연꽃도 접어서 가져가려구요. 내가 미술관의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니, 참 아름답지 않아요? 




저는 예술가가 관람객에게 "나의 예술세계는 이러해!" 라고 전달하는 일방향적인 예술이 아니라 예술가의 사상과 가치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방향으로 관람객을 참여시켜서 그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함께 완성시키는 예술이 참 아름답더라구요.


저는 일방향적 의사소통보다는 쌍방향적 의사소통을 좋아하나봐요. 그래서 삶 속에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들을 볼 때도, 소비자를 연결시키고 쌍방향적 의사소통을 가능케 해주는 제품과 서비스들이 좋아요.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더욱이 외로움과 불안감이 많아지는 시기여서 그런거 같아요. 나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다 보니, 나를 참여시켜주고, 나와 쌍방향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거죠.






아름다움 둘. 네팔의 조각상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뮤지엄 2층에 가면 네팔 금속 조각상 만드는 과정 (The Stages of Nepalese Hollow Metal Casting)이라는 전시가 있는데요. 단계별로 어떻게 금속 주조을 만들어서 멋진 조각상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보여주고 있어요. 저는 이 전시를 보면서 금속 주조를 만들어서 멋진 조각상을 만들어 낸 인간의 모습에서, 마치 인간을 만드신 하나님의 뜻이 겹쳐보이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어요. 우리가 삶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발견해서 삶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처음 단계에서는 금속 주조를 만들어요. 마지막에 금속 주조가 완성된 이후에는 왁스를 바르고, 그 위에 거친 점토와 쌀겨가 섞인 지점토 반죽으로 덮는데요. 아래와 같이요. 지점토 반죽으로 덮은 오른족 사진을 보면 이게 도대체 무슨 조각상이지 싶으시죠? 형체를 아예알 수가 없어요.



다음 과정에서는 굉장히 강한 열을 가함으로써 지점토 반죽 안에서 왁스가 녹아서 조각상 아래부분에 뚫어둔 틈을 통해서 건조해서 나오게 한다고 해요.이 과정을 통해서 금속이 부어질 공간이 생기는거래요. 그 틈을 통해서 뜨거운 금속을 녹여서 넣어서 왁스로 둘러싸고 있었던 주조의 모양대로 들어가게 하는거에요. 시간이 지나서 금속은 식고, 지점토가 깨지면서 왁스의 틈을 채운 금속이 모습을 드러내는 거죠. 다음으로는 멋진 금속 조각상을 다듬고 색을 입혀서 완성을 하는거에요.





저는 조각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삶 속에서 소명을 발견해서 삶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하나님이 우리를 만드실 때, 각자의 쓰임새와 삶의 소명을 생각하셔서 주조(mold)를 만드셨고, 그 다음에 우리를 흙으로 뒤덮으신거죠. 처음 지점토 반죽에 뒤덮인 조각상을 보면, 이게 도대체 어떤 모습인지 형체를 알 수 없듯이 우리도 처음 이세상에 왔을 때는 우리의 삶의 소명을 명확하게는 알 수 없어요. 우리의 삶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건지, 나는 이 세상에 어떤 소명을 갖고 태어난것인지 처음에는 명확하게 알지 못하죠. 


하지만 왁스가 녹아서 틈이 생기고, 뜨거움 금속이 그 틈 사이로 들어옴으로, 조각상을 감싸고 있던 지점토가 서서이 깨어지면서 조각상의 모습이 드러나잖아요. 우리가 그 조각상이라면, 우리의 삶 속으로 뜨거운 금속, 즉 시련들이 오고 가고, 그로 인해 우리는 참 많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깨어지는 걸거에요. 그러면서 조금씩 조각상이 원래 의도했던 주조의 모습대로 아름답게 모습을 드러내듯이, 우리도 그런 시련들을 통해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삶의 소명을 조금씩 찾아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즉, 우리가 하나님이 생각해두신 우리 각자의 아름다운 조각상의 모습으로 완성되기 위해서, 우리는 뜨거운 금속과 지점토의 깎여나가는 크고 작은 삶의 시련들을 겪어나가야 한다는 거죠. 그러니 지금 내 삶이 조금 힘들다고 투정하거나 하나님께 원망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내가 겪는 모든 삶의 순간들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가장 아름다운 방향으로, 하나님이 뜻하신 나의 소명을 찾아가는 멋진 과정이니까요.


이러한 생각은 제가 그날 들었던 설교말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날의 설교말씀이 감사 (Gratitude) 와 권리의식 (Entitlement) 이라는 내용이었거든요. 설교말씀의 요지는 우리는 우리 삶에서 우리가 어떤 것을 받아야 한다고 권리의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삶 속에서 감사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권리의식이 많을 수록, 우리는 감사를 적게 가져가게 된데요. 반대로 권리의식을 낮게 가져가면, 우리는 감사를 많이 가져갈 수 있구요.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받아야만 한다는 권리의식을 버리면 감사함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다는 거죠.


우리는 삶 속에서 우리가 시련이 없는 항상 행복하고 평탄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권리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힘든 일이 생기면 하나님을 원망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가지 못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제가 그전에 시애틀에서 그랬었거든요. 내 삶은 행복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좋은 직장에서 신나는 팀에서 멋진 일을 하고. 좋은 매니저와 좋은 팀원들과 함께 일하고. 좋은 친구들과 연인과 가족이 주변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현실 속에서 내가 너무 당연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런 것들을 내가 받지 못할 때, 불평불만으로 가득하고 심지어 하나님을 원망하기까지 했던것 같아요. 그때는 정말 어떻게 이렇게까지 엎친데 덮친격으로 좋지 않은 일이 한번에 일어날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거든요. 어떻게 신이 존재한다면 나를 이렇게 바닥까지 끌어내릴수 있는거냐며, 수없이 원망하고 절망했어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의 고통과 절망은 제가 가진 정말 오만한 권리의식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왜 내 삶은 항상 봄날의 햇살처럼 행복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삶이란 것은 따스한 봄이 있으면 매서운 겨울도 있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삶이 더 아름다운 것인데. 그런 시련을 통해서 저 자신에 대해 더 돌아보고 제 삶의 소명에 대해 더욱더 알아갈 수 있는 감사한 기회를 얻은 것인데 말이죠. 


그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 이제 저는 참 감사해요. 어려움을 통해서 제가 가진 완벽한 행복에 대한 권리의식을 없애고, 사소한 것에도 더욱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제 삶의 소명은 무엇인지, 하나님이 나를 통해 바라시는 하나님의 멋진 계획이 무엇인지도 조금은 알게 되었구요.


그래서 다시 또 어려움이 저를 찾아올 때면, 두려운 마음이 들면서도 가장 먼저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고 해요. 또 어떤 멋진 삶의 소명을, 어떤 멋진 조각상을 하나님이 발견하게 하시려고 하시나 하면서요. 위의 조각상처럼 깨어지는 과정을 겪고나면, 결국에는 아름다운 조각상의 모습을 반드시 발견하게 될테니깐요. 그러니 오늘도 더 힘을 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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