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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미 May 23. 2020

감성의 시대? 이성의 시대!

다시 감성의 시대로 가게 된 사연




두루미, 두 번째 실타래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Rutilo





미술의 역사는 기존의 관습에 대한 반발의 연속으로 발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이야기해볼 미술사조인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또한 반발 속에서 꽃핀 사조이다.



이 두 사조는 무엇에 대한 반발이며 어떤 것을 추구했을까?


지금부터 두 미술사조에 대해 알아보자.




이성의 시대 '신고전주의'



화려함과 과장의 극치를 달리던 로코코 시대,

고대 유적(폼페이와 고대로마의 마을 헤르쿨라네움, 1738)의 발견과 프랑스혁명(1789)의 영향으로

미술사에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왼쪽- 밀로의 비너스, 기원전 130~120년경, 소장: 루브르 박물관  / 오른쪽- 헤베, 1806년, 소장: 코펜하겐 토르발트센 미술관


극단적으로 사치스러운 미술을 소비하던 대중들에게 고대 유적의 발견은 미술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이전까지는 그저 눈에 보기에 좋고, 즐기기에 좋은 작품들이 제작되었다면 신고전주의부터는 고대 로마와 같은 비례, 균형, 조화를 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이성과 논리를 중시하는 계몽주의 사상은 신고전주의의 철학적 배경이 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고전의 재발견


신고전주의는 윤곽이 뚜렷하고 통일과 조화, 비례, 균형 잡힌 구도가 특징이다. 색채가 아닌 소묘와 선율을 중시하였고, 붓 자국이 전혀 없을 정도로 깔끔한 채색도 특징이다. 작품의 내용적 측면에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와 고대 역사가 주를 이룬다.



신고전주의가 재해석한 고대 로마의 역사를 보자.


자크 루이 다비드, 1799년.  《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 》  캔버스에 유채, 385 × 522 cm. <소장 : 루브르 박물관>


다비드의 <사비니 여인의 중재>이다.

이 작품은 앞서 말한 신고전주의의 특징을 잘 살펴볼 수 있다.


로코코와 달리 눈에 띄는 것은 감성에 호소하는 다채로운 색채보다 이성에 호소하는 선묘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또한 신고전주의답게 작품의 내용은 고대 로마의 건국 역사에 얽힌 이야기이다. 마치 무대 위의 한 장면 같은 웅장하고 위엄 있는 포즈들, 길고 늘씬한 인체 비례에서 다비드가 고대 미술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불규칙한 곡선 대신 직선이 주로 사용되었고, 전사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 구도, 거의 보이지 않는 붓 자국은 이 작품이 신고전주의의 형식적 측면에서도 완벽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성의 시대 '낭만주의'


이성, 지성, 비례, 역사적 의미 등 신고전주의는 점차 창작자의 세계를 좁혀갔다.


지나친 형식주의가 급기야 작가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억압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다시 한번 반발했다.


창작자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 시작했고, 자유로운 공상 세계, 자신만의 철학적 메시지를 담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낭만주의는 어떤 미술사조보다 '예술가'의 존재에 대해 고민한다. 감성과 상상력을 발휘하는 주체는 예술가 개인이며 그러므로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작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낭만주의는 아이러니하게도 신고전주의의 대표 화가인 다비드의 제자 '장투 안 장 그로'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다비드의 화풍을 계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체적인 색채를 사용하는 등 낭만주의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뒤이어 '테오도르 제리코'가 초기 낭만주의의 기틀을 마련하였고, '외젠 들라크루아'의 등장으로 낭만주의가 신고전주의를 완전히 역전하게 된다.




신고전주의 vs 낭만주의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다를까?


신고전주의의 대표 작가인 '자크 루이 다비드'와 낭만주의의 '테오도르 제리코'의 작품을 비교해보자.

왼쪽- 자크 루이 다비드,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1748 / 오른쪽- 테오도르 제리코, 돌격하는 샤쇠르, 18세기경


제리코의 '돌격하는 샤 쇠르'와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둘 다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을 주제로 하고 있다.


사실 말을 타고 있는 병사는 고대 로마부터 '영웅성'을 드러내기 위한 소재로 자주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여기서 두 작품은 차이가 발생한다.

다비드가 나폴레옹이라는 시대의 영웅에 대해 그렸다면 제리코는 전쟁에 참여한 익명의 병사를 그렸다. 거창한 의미가 없는 익명의 병사를 그림으로서 기존에 유지되어 왔던 신고전주의의 종교적, 정치적, 역사적 소재와 완전히 대립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비교적 자유분방한 붓 자국과 자세히 묘사되지 않은 배경은 선적 재현과 데생을 중시하던 신고전주의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


테오도르 제리코, 1819년, 《 메두사 호의 뗏목 》, 소장: 루브르 박물관


이 작품은 낭만주의의 탄생을 알린 제리코의 또 다른 작품, '메두사 호의 뗏목'이다.


뗏목 위에서 안간힘으로 버티는 사람들의 모습은 감상자에게도 그 절박함을 느끼게 한다.


제리코는 이 작품을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체를 직접 보고 그렸으며, 생존 인물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였다.

작품의 표현적 특징에서도 뚜렷한 윤곽선이나 명암의 극심한 대비가 눈에 띔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표정 묘사에 주안점을 두어 낭만주의식 감정 전달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제리코는 이 작품에서 인물들의 감정이 감상자에게 그대로 드러나길 원했다.


제리코의 '메두사 호의 뗏목'은 주제의 무게가 남달랐을 뿐만 아니라 표현 또한 매우 사실적이어서 당시 사람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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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로코코에서 절제된 신고전주의, 나아가 감성의 낭만주의까지 예술은 어느 하나에만 치중하게 되면 항상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무엇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없으나 이성과 감성이 예술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미술사를 공부할 때 무엇에 대한 반발인지를 중심으로 알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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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무두셀라 구름이'이었습니다.



본 글은 미술을 전공하는 6명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미술비평 동아리 '두루미'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매주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취향이 담긴 글로 찾아옵니다.




《 참고자료 및 출처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60369&cid=47310&categoryId=47310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894618&cid=42642&categoryId=42642

https://blog.naver.com/skkim12345/221698485350

https://blog.naver.com/94tpfls/221934424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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