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갈아놓은 고기를 뭉쳐놓으면 고기 맛이 더 많이 나서 특히 별로입니다. 소고기도 그닥입니다. 아마 육즙이 입에서 도는 고기를 어려워하는 듯합니다. 완전한 탄수화물 파죠.
특히 미트볼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사 먹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상하게 급식은 꼭 음식 한두 가지쯤에 편견을 가지게 하잖아요? 안 그래도 고기도 그닥인데 급식의 트라우마까지 한 껏 더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저에게 미트볼이란 억지스러운 양념을 뒤집어쓴 싸구려 고기였죠.
그러다 처음으로 음식점에서 미트볼을 먹게 된 거예요. 솔직히 싫었어요. 게다가 같이 가자고 한 분도 제가 편견의 시선으로 한 껏 째려보던 사람이었습니다. '어휴, 미트볼도 싫은데 밥 먹는데 불편하게 생겼네.' 속으로 생각했죠. 물론 사회생활 n년차 직장인답게 겉으로는 웃으며 너~~무 좋다고 물개 손뼉 쳤죠. 허허
그런데 이게 웬걸, 맛있더라고요. 급식 미트볼 특유의 인위적인 양념 벤 맛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고기 본연의 맛에 가까웠어요. 생각보다 느끼하지도 않았고요. 토마토소스랑도 잘 어울렸어요. 꽤나 진지한 맛이었죠.
불편해서 피하고 싶던 그분도 생각보다 좋은 분이었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저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같이 할 시간이 부족해 편견이 생겼다며 손 내밀어 주셨어요.
내가 지금 싫어한다고 다음번에도 싫을까요. 아닐 수도 있나 봐요. 오히려 좋아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이젠 음식도, 사람도 세 번은 경험해보고 당분간의 호불호를 결정해야겠어요. 당분간이라는 단서를 붙인 건 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니까요, 신중해야겠습니다. 하하.
음식점 이야기를 좀 더 하자 면요, 미트볼 라운지는 분위기도 좋아요. 소개팅 상대를 두 번째 만나거나, 사귀기 초반의 커플이 가기 좋아 보였어요. 되게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만석인데도 그렇진 않았고요. 그렇지만 소음은 장담을 못하겠네요. 제가 시끄러웠을 수도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