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무미 Jun 10. 2022

군인과 망향 비빔국수

업어 키운 막내가 군대 가는 날

우리 집에는 자칭 아들내미가 있습니다.

우리 집 막둥이는 엄마는 물론이요  10살 가까이 차이 나는 누나들에게도 말 시작마다 "아들이~", "아들내미가~"라고 합니다. 그도 그럴게 저도 동생을 생각하면 온몸에 온통 수두 약을 바르고 춤추던 3살짜리 꼬맹이가 가장 먼저 떠오르니까요. 물론 실제 동생은 이제는 그때처럼 귀엽지 않지만 상상 속의 애기 동생은 귀엽습니다. 그걸로 된 것 아닐까요.


본인만큼 자유분방하게 피아노 치는 동생은 재수해서 들어간 대학을 1년 다니고 군대에 갔습니다. 누나의 의무(?)로 아빠, 언니, 그 녀석 친구와 넷이서 입대 배웅을 갔어요. 가는 길에 우연히 커다란 양꼬치 형태를 한 소갈비 집에 들어갔습니다. 떨려서 못 먹을 만도 한데 제 동생,  정말 맛있게 먹더라고요. 요즘도 가끔 얘기합니다. 인생 갈빗집이라고.


훈련소에 도착하니 갑자기 훅- 실감이 났어요. '이 애기가 군대에 가는구나.' 갑자기 동생이랑 싸웠던 일, 성질냈던 일, 못해줬던 일들이 마구 생각나지 뭐예요. 그러더니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 덜떨어진 애기가 군대 가서 잘할 수는 있을까, 하고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동생 가진 누나들은 무슨 마음인지 알 거예요.


입소할 시간이 가까워지자 갑자기 동생 친구가 펑펑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가족들도 안 우는데 말이에요. 왠지 웃겼어요. 그래서 좀 비웃었습니다. 미안해 동생 친구. 결국은 아빠부터 언니, 저 모두 울었습니다. 제 동생도 뿌앵하는 얼굴로 들어갔고요. 배웅 못  엄마도 집에 돌아와 보니 눈시울이 붉어져있었어요.


시간은 흘러 동생은 제대하고도 n 년이 지났고 이제 동생 훈련소가 논산인지 연천 인지도 잊혔습니다.


어쩌다 방문한 망향 비빔국수 본점 앞은 군부대더라고요. 그래서 군인도, 같이 온 가족들도 많았어요. 보니까 갑자기 동생 군대 갔던 때가 떠오릅디다. 기억이란 이상해요. 솔직히 연천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곳에 무슨 추억이라도 있는 마냥 마음이 몽글몽글해져 버리지 뭡니까.


망향 비빔국수 본점은 휴게소처럼 생겼어요. 마치 군대 간 동생 면회를 기다리는 가족이 된 것 같았죠. 저는 비빔면은 좋아하진 않는데 맛있었어요. 면이 상당히 쫄깃합니다. 묘하게 미원 맛 같은 감칠맛도 있고요.


시간이 되신다면 한 번 가보세요. 군부대 앞 식당이라 복잡하고 미묘한 기억을 불러올 것 같지만요.



소식 총평


✨️ 음식점 : 망향 비빔국수 궁평 본점
✨️시킨 메뉴 : 빔국수, 만두
✨️ 특징 : 이 좀 달라요. 라면 꼬들파 분들이 특히 좋아할 맛. 미원 같은 감칠맛도 매력 있어요. 만두는 큰 기대 없이 드시길. 주차장도 넓어요. 군부대 주차장이긴 하지만요. 군인 가족들의 면회장소 같습니다.
✨️ 남긴 양 : 비빔국수 1/2(선을 다해 먹었어요. 양이 많습니다.)
✨️ 총평 : 직히 기대가 1도 없었는데 1은 해도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롯데리아, 맥도날드 그리고 다운타우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