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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brosia Sep 18. 2020

가을에 나를 찾아오는 노래

We’re all alone - Boz Scaggs

 난 봄이 오면 봄도 타고 가을이 오면 가을도 타는, 한마디로 호르몬의 노예 같은 인간이다. 오죽하면 올해를 시작하며 다짐한 새해 목표 1번이 ‘감수성을 좀 죽이자’였다. (2번은 ‘1주에 한 권 이상 최소 52권의 책 읽기’였음) 때마침 코로나로 인해 집구석에서 자가격리 생활을 한 덕에 독서는 그런대로 목표량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감수성의 문제는 좀처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십 대 소녀들이 가랑잎이 굴러가기만 해도 웃는다는 것처럼, 신호정지에 서있다가 구름이 바람에 실려 둥실 떠가는 모습만 봐도 가슴이 울컥하는 건 도대체 왜일까?

이 근원적 외로움의 원형은 무엇인지,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의 우물은 왜 생긴 건지, 나의 혼잣말은 도대체 누구를 향해 있는 건지...
그간 나의 무드가 가족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내 마음을 곱게 숨겨만 왔다면, 최근의 나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글을 쓰다 보면 발견하게 될까? 좋은 책을 읽으면 깨닫게 될까? 이유 없이 눈물이 떨어지던 어느 가을날, 나는 신기하게도 내 마음을 그대로 그려낸 듯한 노래를 만났다.

​ 내가 태어가기도 전에 발표된 노래 “We’re all alone”(1976)은 AOR (Adult Oriented Rock) 장르의 시조라 불리는 Boz Scaggs의 대표곡이다. AOR 또는 어덜트 컨템퍼러리라 불리는 장르는 종래의 록 음악에  좀 더 부드럽고 감미로운 멜로디와 도회적이고 세련된 감성을 덧입힌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달의 몰락”이라는 깜짝 놀랄 만큼 새로운 노래를 들고 나타났던 김현철 씨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최근 많이 회자되는 “시티 팝”의 맥락과도 닿아있다.

​ 하지만 20대 시절의 나는 누가 봐도 아저씨처럼 생긴 Boz Scaggs를 알 턱이 없었고, 최근에야 그의 음악을 만나고 진가를 알게 되었다. 묘하게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은 단순한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실력파 뮤지션들이 정교하게 쌓아 올린 사운드가 있어 가능한 것을 깨닫고, 밴드 세션의 이름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 어느새 나는 이 노래를 불렀던 당시의 Boz Scaggs 보다도 나이를 먹었다. 어쩌면 충분히 나이가 들었기에 이 노래를 “appreciate”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젊은 날엔 눈길이 가지 않았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속에 숨겨진 보물을 마음껏 감사히 여길수 있는 마음. 즉각적이고 화려한 아름다움의 강박에서 벗어나 소소하게 찬란한 들꽃에 눈이 가는 것처럼...

​ 장미도 연인도 모두 시드는 법이니, 당신의 지난 세월을 바람에 맡기라는 가사가 오늘따라 가슴에 와 닿는다.
굳이 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감정을 고조시키는 피아노 연주와 살짝 비음이 섞인 Boz의 목소리는 과거로부터 온 시간여행자가 전달해주는 아름다운 텔레파시같이 다가온다.

외롭다고 느껴도 괜찮다고, 이 노래가 찾아와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준다.


https://youtu.be/Nf4_JbtPo6c

Once a story`s told
It can`t help but grow old
세월이 흐르는 걸
피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듯이
Roses do lovers too
장미도 연인들도 그런 거예요.
so cast your seasons to the wind
그러니 당신의 지난 세월을
바람에 던져 버리고
And hold me dear
oh hold me dear
날 안아요 그대
날 안아요 그대

 Close the window calm a light
창문을 닫고 불빛을 낮추어요.
And it will be alright
그러면  괜찮아질 거예요.
No need to bother now
이제 아무런 걱정 말고
Let it out, let it all begin
마음을 열고 되는대로 놔두어요
All`s forgotten now
We`re all alone
모든 걸 잊어요
우리 둘 뿐이에요.
oh we`re all alone
안심해요 우리 둘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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