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아프면 나만 손해
회계법인에 입사하고 나서 1월 경에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한 1주일 정도 고생을 했다. 열이 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속도 안 좋고 기침은 계속하는 등 총체적 난국이었다. 공무원이었다면 연차를 내고 쉬었겠지만 지금은 매일 다른 미팅과 기한 내 해야 할 일들이 많아 쉽게 연차를 내지 못한다.
사실 연차를 내려면 낼 수는 있지만 크게 의미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내가 법인에서나 쉬겠다고 말을 하더라도 고객한테는 내가 쉬는 것과는 별개로 계속 연락이 온다. 고객은 현 상황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궁금해하고 무엇을 추가해야 할지, 언제까지 이 일들이 가능할지를 궁금해한다. 나는 실무 총괄로서 당연히 그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상대적으로 자기 일만 하면 되는 스태프의 입장이라면 전화가 덜 와서 쉴 수 있었으려나?
어쨌든 아픈 와중에도 고객사와의 점심식사 미팅, 출장도 다녀왔으니 나름 해야 할 일은 다 했다고 할 수 있는데 아픈 와중에 강하게 느낀 것은 "아프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다.
누군가는 회계법인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고 할 텐데, 회계법인은 죄가 없다. 그저 우리는 기한 내에 고객이 원하는 일을 해줘야 하는 사람들인 것이고 그 기간 동안 나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생각은 공무원 시절에도 했던 때가 있는데, 바로 업무가 엄청나게 바쁜 본부에서 근무할 때였다. 그때도 한 번 정도는 몸이 엄청 아픈 때가 있었는데 하루이틀이지만 쉬는 내가 너무 죄송스러웠다. 기한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나는 아프다는 이유로 빠져있으니 다른 분들에게 폐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때에도 절대 아프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회계법인에 오니 다시 건강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조직에서든 몸이 아프면 자의던 타의던 아웃이 된다. 그리고 살아남아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게 건강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어렸을 때에는 건강관리라는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경력이 쌓여가고 직급이 높아질수록 나도 그들과 같이 건강관리를 외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아프고 난 이후에 다시 영양제를 주문해서 챙겨 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