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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Jul 17. 2024

임상심리학자가 보는 인사이드 아웃 2

불안이의 존재 이유

저는 애니메이션, 만화책을 참 좋아합니다. 사실 의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 저 역시 궁금합니다.'나에 대한 이미지는 무엇이었을까?' 각설하고... 최근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2"를 안 본 내담자를 찾는 게 어려울 만큼 모든 내담자들의 강력한 추천을 받고 있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 1은 개봉하자마자 바로 보았는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보지 못하다 이제야 관람했습니다.


라일리의 내면세계를 예시로 들며 어린 내담자뿐 아닌, 성인들에게도 감정 설명할 때 정말 유용하게 활용할 만큼 흥미롭게 보았는데, 이번 2편은 참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여러 감정에 공감하며 울컥한 순간이 많았다는 성인 내담자들이 계셨다 보니 "엄마 왜 울어?"라는 자녀의 놀란 질문도 많이들 받으셨던데요, 영화를 보고 나니 이유를 잘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이 영화를 꼭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수용 및 전념 치료(ACT)에 관심이 많다 보니, 영화에서 관련 요소들이 발견되었던 것도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몇 가지 포인트를 살펴보겠습니다.


감정의 다양성과 복잡성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감정들이 각각 개별 캐릭터로 묘사됩니다. 기쁨, 슬픔, 분노, 까칠, 소심 등 다섯 가지 기본 감정 외에도 여러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합니다. 이는 감정을 각각의 존재로 명명한 것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치료적인 구성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 "감정이 어떠신가요?"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한국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감정을 잘 모른 채 살아가면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수용 및 전념 치료(ACT)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융합' 상태라고 부릅니다. 이 융합 상태에서 벗어나 '탈융합' 상태가 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데요, 내적 경험과 나 자신을 분리하여 인식하면, 이후에 더 중요한 방향으로 행동해 나가는 것이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유독 아이에게 화를 자주 내는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엄마가 있다면, 억울함, 분노, 수치심, 자책감, 미안함 등의 감정을 이름 지어주고, 그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돕는 겁니다. 이렇게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고 받아들이면, 감정의 힘이 점차 약해지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기가 수월해집니다.


이번 2편에서는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모습을 통해 감정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라일리가 겪는 다양한 상황에서 감정에 기반한 행동을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에게 짜증을 내거나, 슬픔에 압도되어 울면서 자책하는 모습들이지요. 이러한 장면들, 아마 저희 모두에게 익숙하고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일 것입니다. 이렇게 사춘기 시기에는 뇌의 전두엽에서 두 번째 '가지치기' 작업이 일어나는데, 이로 인해 고차원적 인지기능, 정서 조절, 사회성 등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라일리는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때로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지요. 이는 감정이 우리의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행동이 감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적인 루틴,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식사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출근 준비를 하는 등의 행동은 특별한 감정적 동기 없이도 이루어지기에 일정 수준에서의 일상생활은 감정과 독립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또, 우리는 감정과 무관하게 중요한 가치에 기반한 선택적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우울한 기분이 들더라도 가족을 위해 저녁 식사를 준비하거나, 아이가 실수로 물건을 깨뜨려 화가 나더라도 아이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대하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 같이 말입니다. 감정을 넘어서 가치 중심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겁니다. 라일리의 경우, 사춘기 이전에는 주로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게 행동했는데,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인해 현재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감정이 행동과 경험에 미치는 복잡한 영향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사람의 행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위험을 피하려는 행동과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행동입니다. 불안이 주도하는 행동은 주로 위험을 피하려는 쪽이겠지요? 공황장애 환자가 공황발작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회적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라일리의 경우, 중학교 친구들과의 관계를 놓치게 되었습니다. 불안을 인식하고 수용한 후에는 자신에게 중요한 방향으로 행동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화 초반부에서 기쁨 이에 의해 부정적인 감정들이 기억의 저편에 버려지는 장면들이 있는데요, 부정적인 감정을 포함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인식되고 수용할 기회를 잃은 채 무의식으로 들어가 버렸다는 점입니다. 자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경험 속에서 받아들여진 감정과 함께 복합적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아 형성에 기여하는 모든 경험은 소중하며, 매 순간을 수용하려는 삶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인사이드 아웃 2는 정신 건강 문제를 정상화하고 낙인화에서 벗어나는 생각을 유도하는 영화 같습니다. 불편한 감정들도 삶의 중요한 부분인 것, 그리고 이를 수용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건강한 정서 발달의 핵심이라는 어찌 보면 심리상담에서 항상 강조하는 것을 이렇게 귀엽고, 다채로운 캐릭터들로 표현해 준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꼭 기억하면 좋은 메시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감정은 가치가 있다: 긍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도 성장과 적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정의 균형: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조화롭게 관리해야 한다.

성장의 과정: 청소년기의 감정적 혼란은 정상적인 발달 과정의 일부이며, 이를 통해 더 복잡하고 풍부한 정서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자기 수용: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자아 형성의 시작점이다.

지지의 중요성: 어려운 감정을 겪을 때 주변의 지지와 이해가 큰 힘이 된다.


영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지만, 이미 어른이 된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나의 감정과 나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금 돌아볼 기회를 주는 좋은 영화라 생각합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번 시청해 보시기를 이미 보셨다면 한번 더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우리 모두가 라일리처럼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여정을 통해 더 풍요롭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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