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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사랑 Jan 25. 2023

탈매직해도 미용실에 가려고요.

탈매직 3년 차, 귀국 그 후 2편

지난 글처럼 여름 한국의 컬리헤어는 키 작고 숱 많은 나에게 늘 고민만 안겨주었다. 습한 여름 플러스 직장인 콤보를 어찌하지 못하겠더라.  캐나다에서는 탈매직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가뿐함과 해방감을 누렸었는데!

지난 글: 탈매직 3년 차, 귀국 그 후 (brunch.co.kr)



나는 결국 미용실로 향했다.

하지만 매직을 하거나 펌을 하러 간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서너 시간을 꼼짝 않고 앉아 삼십만 원어치 머리카락 녹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복잡한 세상, 가뿐하게 살고 싶은 마음에 변함이 없다. 워킹맘이 되고 나서는 더욱, 처절하게 더욱더욱 간편하게 살고 싶어 졌고 그래야만 했다. 다른 해외 컬리들처럼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코일링 할 재주도 없고 열정도 없다. 탈매직하고 원래 나의 곱슬머리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무엇인가! 시간 및 비용 절약은 물론이고 치장에 써야 할 노력을 줄여주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니 곱슬머리가 되어보자고 아침마다 손가락으로 한 가닥 한 가닥 컬을 만들고 있자면 너무나 현타가 올 것 같았다.



그렇다면 왜 미용실에 갔을까?

나는 어릴 적부터 전문가를  신뢰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프면 의사에게 갔고, 하라는 대로 했으며, 처방해  일수만큼 꼬박꼬박 약을 먹는   듣는 환자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용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머리카락 문제이니 미용사에게 가자.'




동네 가장 가까운 동네 미용실에 들어갔다. 남자분이다. 커트를 부탁드렸다. 내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들추어보시더니,

"매직이나 펌은 안 하시나 봐요?"

"네."

마음속으로 '됐다!' 싶었다. 미용사가 지금 내 머리카락 상태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파마가 풀린 것이 아니라, 날 것의 곱슬머리라는 것을 인지하셨다. 처음 본 사람에게 내 곱슬머리에 대한 긴긴 사연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분명히 뒤따를 질문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망설였는데(네, MBTI, I입니다), 머리카락 상태 하나로 곱슬머리를 알아채시는 걸 보니 아주 못 쓸 전문가는 아니다 싶었다. 안심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미용실에 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커트를 부탁했지만 곱슬머리에게 드라이컷을 해주는 CGM 미용사인지 따위를 테스트하려고 간 것은 아니었다. 나는 단지 이것이 궁금했다. 미용실에 돈을 지불하고 커트를 마치고 나면, 고객이 미용실 밖을 나설 수 있을 정도로는 머리카락을 마무리해 주니까.


한국 미용사들은 커트 후에 곱슬머리를 어떻게 말리고 정리해 줄까?



그리고 나는 목적을 달성했다. 전문가의 결과물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한국 미용사가  머리를 만지는 과정은 지켜야  것이 많은 CGM보다 훨씬 간결했지만,  원리가 같아 더욱 마음에 들었다. CGM 모든 법칙과 과정을 깐깐하게 지켜 완벽하게 꼬불거리는 머리는 아니지만 결과물이 나쁘지 않아 좋았다.  정도 결과물이라면 습한 여름도 버티고, 직장인 워킹맘 시간  비용, 에너지 낭비도 막을  있을  같았다.


글이 또 길어진다. 그 과정과 이유는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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