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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 맘 Mar 24. 2021

아프리카가 나에게 준 깨달음

비교로 내가 한없이 작아질 때

 



  누군가의 허름한 신발이 누군가에게는 생명과도 직결되는 고귀한 선물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다 헤진 티셔츠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추위를 물리칠 무기와도 같을 수 있음을 난 알았다.


  아프리카에서는 신발이 없어 맨발로 거리를 돌아다니다 여러 뾰족한 것들에 찔리는 사고를 당해 파상풍에 걸려 죽는 일이 많다고 했다. 내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봉사활동 갔을 때 들은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에만 가도 몇 천 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슬리퍼조차 없어서 말이다. 그뿐이랴. 낮에는 섭씨 40도가 넘는 높은 온도지만 밤에는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는 게 아프리카 날씨다. 그런 추위를 견딜 티셔츠 한 장이 없어 서로 부둥켜안고 체온을 유지하기도 한다.


  에티오피아 공항에 막 도착했을 때를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공항 화장실마저 물 내리는 게 자동이 아니라 양동이에 받아진 물을 바가지로 떠서 부어야만 부유물들이 내려가는 열악한 곳이었다. 관광지도 아닌 그런 열악한 나라에 사람들이 많이 없었음에도 중요한 부위만 겨우 가린 10대 중반 정도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구걸하는 모습이 보였다. 안쓰럽기도 했지만 이 나라에 오자마자 그런 모습을 보니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못  척하고 관심을 끄니 얼른 다른 일행에게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따지고 보면 참 불쌍한 아이들인데 말이다.


  결혼하기 전이니 벌써 10년이 훨씬 넘은 일이다. 병원에 근무할 때 의료봉사활동을 하러 해외에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봉사를 핑계로 나 자신이 위로받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하면 거창하게 생각하는데 막상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돕고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오히려 내가 더 위로받고 지친 나의 마음을 치료받고 오는 경우가 많다. 잠자리도 불편하고 먹을 것도 부실하고 잘 씻지도 못하며 그들을 돕는 내내 불편한 것 투성이지만 그 안에서 나보다 더 잘나고 높은 곳을 바라보고 생각하기보다는 나보다 더 낮은 자들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중 제일 하위 단계인 생리적 욕구조차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그들을 보게 되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한없이 작아짐을 느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같은 훌륭한 나라에 태어난 것에 감사함까지 느끼며 내가 그동안 겪었던 일들 사치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취직 후 해외여행알아보던 중 '이왕 돈을 써야 된다면 값지게 써보자'라는 생각으로 해외 의료봉사를 알게 되었고 여행겸 봉사라는 나만의 콘셉트로 첫 도전을 했었다.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떠난 해외봉사가 이렇게 나의 마음속 깊이까지 되돌아볼 수 있고 지금 생활에 감사함까지 느끼게 해 줄지 처음에는 몰랐다.


  사람의 선한 마음은 휘발성이 있어 금방 사라지곤 하는데 나 또한 그때 품었던 그 낮은 자의 선한 마음이 지금은 온데간데없다. 지금은 힘들다며 이유를 붙일 수 있는 모든 것에 투덜거리기 바쁜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나는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내 안에 있는 진짜 마음은 무엇일까?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좋은 집, 좋은 차, 좀 더 풍요로운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에 항상 불만인 나와 '아니야! 그때 봤던 그 사람들보다 나는 훨씬 좋고 행복한 나라에 잘 살고 있어.'라는 안도감이 공존한다. 나는 어쨌든 잠을 누워서 편하게 잘 집이 있고 입을 옷이 있으며, 비싼 밥은 아니어도 매 끼를 굶을 정도는 아니니 그들보다는 행복한 것 아닌가.


  뭐든 '비교'에서 마음의 병이 나오는 듯하다. 비교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보통 동경하는 것들좋게 보이는 것들을 지금 내 상황 비교하는 일 많다. 처음부터 그런 일이 없었다면 박탈감을 합한 괴리감까지는 느끼지 않았을 텐데 비교를 함으로써 나는 한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되는 것이다. 그렇게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자식들마저도 비교가 되니 나는 형평성 있는 현명한 엄마는 아닌 것 같다.


  간은 망각을 일삼는 동물이기에 그때 느꼈던 감동들은 다시 시들해졌다. 나의 충전했던 에너지 이제 바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과거넘쳤던 에너지와 그때 느꼈던 가슴 뭉클한 감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무래도 바쁜 현실을 살다 보니 멀리 밀려 난 거겠지. 우리끼리 또는 남들의 더 잘난것들과 비교해서 굳이 마음의 상처는 만들지 않는 사람이 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행복은 거창할 것 없이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남들의 행복 기준과 나의 행복 기준을 비교해서 나의 소소한 행복마저 물거품으로 만들 필요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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