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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규연 Jul 10. 2023

동기 J에게

J에게


J, 드디어 우리가 신입 승무원 교육을 수료하는구나!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 두 달 동안 너랑 같이 지내면서 배웠던 점이 많은데, 이대로 헤어지기엔 아쉬움이 많을 것 같아서 편지로 마음을 전해.


사실 나한테 너는 훈련 기간 동안 교관님들만큼이나 나에게 영향을 많이 끼친 사람이야.

네가 필기면 필기, 실습이면 실습, 전부 다 미간 찌푸려가며ㅋㅋ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왜 저런 악착같은 모습이 없지? 나도 더 노력해야겠다.' 하고 마음을 고쳐먹은 적도 많았어.

교관님들이 매번 "반 분위기가 중요하다. 옆에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라고 말씀하시는 것도, 나는 너를 보면서 그 말이 맞다는 걸 공감하게 됐던 것 같아.


사실 나는 훈련 초반까지만 해도 내가 너를 이렇게나 많이 애정하게 될 줄은 몰랐어. 심지어 훈련 5주 차 정도에도 넌 같이 밥을 먹던 나한테 이렇게 말했지.


"진짜 죄송해요... 이름이.. 아, 진짜 죄송해요.."


그랬던 관계에서, 내가 이렇게 자진해서 편지를 쓰는 관계가 되기까지에는 너의 빛나는 장점들이 내가 마음을 열게끔 많이 도와줬던 것 같아.

아마 첫 비행을 앞두고 너 또한 이런저런 걱정이 많은 것 같은데, 내가 지켜본 너의 모습을 적어둔다면 네가 자신감을 갖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몇 가지 에피소드를 적어봐.



① [2023.05.08 일기 中]

이번주는 J에게 많이 배웠다. J와 짝꿍을 했는데, 둘이마주 보고 인사 연습을 하다가 J가 나에게

"규연! 구두 광 냈어?"라고 물어봤다. 사실 나는 구두에 광 내는 것을 깜빡 잊고 있어서 "헉, 아니!"라고 답했는데, 그때 J는 바로 자기 구두약을 손에 쥐고는 허리를 굽히고 쪼그려 앉아 내 구두를 닦아주었다.

그때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을위해 허리를 숙이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전혀 자존심 상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태도가 놀라웠다이 일 이후로 나는 J에게 마음을 확 열게 되었던 것 같다.

→넌 기억할지조차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인상 깊었던 일이었던 것 같아. 나한테 구두를 닦으라고 지시할 수도 있었고,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네가고개까지 숙여가며 직접 타인의 구두를 닦아주는 일은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넌 무심코 하게 된 행동에서도 충분히 사람을 감동시키는 능력이 있으니 언제 어디서든 사랑받으며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② [2023.05.15 일기 中]

비상착수 훈련을 마치고, 같이 카페에 갔었는데 J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누구 한 명 버리고 이런 거 없어. 무조건 다 끌고 가. 나는 무리에서 튀는 애들 관찰해서 맨날 고민해. 쟤를 어떻게 해야 (우리 문화에) 잘 적응시킬 수 있을까?"

→난 너의 그런 마음에 놀랐던 것도 있지만, 실제로도 너는 그렇게 모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챙겨주는 아이였고, 그래서 나는 너에게 많이 배웠고 고마웠던 것 같아. 너의 진심은 분명 다른 동기들에게도 전달됐을 거고, 그걸 시작으로 해서 앞으로 네가 비행하며 만날 모든 인연에도 충분히 전해질 거라고 생각해. 이렇게 예쁜 마음을 가진 동기와 같이 지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훈련 기간이었어.


앞으로도 내 일기에 네 얘기에 많이 쓸 수 있도록, 더 자주 보고 더욱 깊은 얘기를 털어놓도록 하자!

신입이라 서툰 점이 많겠지만, J 너라면 금방 칭찬받을수 있을 것 같아서 난 앞으로도 너를 나의 기준으로 삼고 열심히 노력하려고 해. 앞으로도 우리 둘 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그리고 잘 비행해서 몇 년 후엔 방송교관 같이 하자!


J를 항상 응원할게.

승무원이 된 것을 축하해, 진심으로!


-신입 객실승무원 훈련 수료를 앞둔 초여름날,

너의 동기 규연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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