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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맘 Sep 03. 2021

매일 잠자리에서 싸우는 엄마와 딸

엄마의 분투

슥삭슥삭.

연필로 종이에 무언가 쓰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다 깜빡 졸았나 보다.


“채원아~”

4살 된 딸아이는 무언가 그리고 있었다. 밤 11시가 넘어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딸은 내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스탠드 불빛에 비친 딸아이 눈에는 잠이 가득하다.      


“잘까~?”

딸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직도 자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딸아이는 나를 잠시 보고는 다시 그리던 그림을 그린다.

늦게 자는 딸아이를 아침 일찍 깨워 어린이집에 데려갈 일이 걱정되었지만 딸아이에게 자자고 말하지 않았다. 난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딸아이가 얼른 잠에 들기를 바랄 뿐이었다.     


툭.

얼마 지나지 않아 연필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딸아이는 밥상 같은 책상 위에 머리를 떨구고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하루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깊게 잠든 딸아이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처음부터 딸아이가 스스로 잠들 때까지 기다려준 것은 아니었다. 책을 잠들게 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려 아이들을 침대로 유인해 책을 읽어줬다. 하지만 아이들보다 항상 내가 먼저 잠에 빠져들었다. 매번 잠을 이기지 못하는 나는 잠을 이겨내며 아이가 잠들 때까지 책을 읽어주는 엄마들이 부럽기만 했다. 매일 잠들기 전 오늘은 아이들보다 절대 먼저 잠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항상 아이들보다 먼저 잠이 들었다.    

  

딸아이는 비몽사몽 잠에 빠져든 엄마가 제대로 책을 읽어주지 않자 큰소리로 울며불며 온갖 짜증을 내며 책을 계속 읽어달라고 잠투정을 심하게 부렸다. 난 졸음에 취해 딸보다 더 짜증 썩인 목소리로 “엄마가 이게 마지막이라고 했지!” 고함을 질러댔다. 난 잠에 취하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변했다. 상냥하게 책 읽어주던 나는 없어지고 잠투정 제대로 부리는 어른 아이가 되어버렸다. 매일 전쟁 같은 잠자리였다.     


새벽에 일어나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로 잠이 든 딸아이를 보며 매일 반성했다. 그리고 매일 똑같은 다짐을 했다. 오늘은 아이보다 먼저 잠들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 다짐은 매번 수포로 돌아갔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 퇴근 후 매일 책을 읽어주려 노력했다. 주말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다. 책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임을 보여주고 싶었고, 책이 익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잠에 빠져들면 난 항상 책을 읽어 달라는 아이에게 고함을 지르고 화내는 엄마가 되었다. 매일 새벽 잠들어 있는 아이 얼굴을 보며 자책하며 반성하는 것도, 지키질 못할 다짐을 하는 것도 지긋지긋해졌다.

      

나는 작전을 바꿨다.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책 읽어주는 엄마가 아니라, 엄마가 깨어 있을 때까지만 책 읽어주는 엄마가 되기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퇴근 후 모든 집안일을 뒤로하고 잠이 오기 전까지 아이들에게 집중해야만 했다.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퇴근 후 기껏해야 1시간에서 길어야 3시간이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아이를 위해 책상 같은 밥상도 방 한쪽에 펴두었다. 잠드는 시간이 다른 아들과 딸을 위해 스탠드도 준비했다. 내가 먼저 잠들더라도 스탠드의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 딸아이가 무서워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 잠들길 바래서였고, 먼저 잠드는 아들이 형광등의 밝은 불빛에 방해받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직까지도 딸아이가 잠들 때까지 함께 있어주지 못한 것이 아쉬울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고성과 짜증을 내며 괴물로 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했다. 내 상태가 좋을 때만이라도 아이들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나의 이런 분투로 아이들은 다행히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독서가 습관인 아이로 자라주었다.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모습은 아직도 나의 로망이지만, 로망만 쫓아가다간 정말 중요한 것을 놓쳐버릴 수 도 있다. 아이에게 독서습관을 키워주기 위해서 나와 내 아이에게 맞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 분투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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