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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할 윤 Aug 27. 2020

자동차도 모르는 애가 세계 5대 모터쇼에 가다니

독일 교환학생 비하인드 스토리 #02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IAA) 가기'


지난 2019년, 내가 독일에 가기 전에 세웠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냐고? 아니다. 사실 나는 자동차에 대해서 정말 잘 모른다. 그나마 자동차 브랜드만 알고 있을뿐. 근데 내가 이 전시회를 꼭 가고자 했던 이유는 여행객으로서는 못 해볼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것세계적인 전시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말 궁금했기 때문이다. 한때 나는 전시, 컨벤션 산업에 관심이 많아 학교에서 MICE 연계전공을 했을 정도로 MICE 꿈나무가 되고자 했다. 좀 웃기지만.. 전시컨벤션 회사에서 인턴을 한 후, 정말 깔끔하게 그 꿈을 접었다. (역시 밖에서 보는거랑 안에서 보는건 다르다) 그래도 전시장 특유의 스케일 있고, 프로페셔널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외국 전시회, 박람회는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전시회를 찾아보니 내가 독일에 도착한 주에 프랑크프루트 모터쇼가 열린다는걸 알았다. 세계 5대 모터쇼로 손꼽히며 격년주기로 프랑크푸르트와 하노버에서 번갈아 개최된다. 세계적으로 굉장히 큰 규모의 모터쇼여서 벌써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다. 입장료도 학생할인을 하면 굉장히 저렴해서 내가 독일에서 제일 먼저 이룰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아침 일찍 프레첼 빵을 하나 챙기고, 유럽 배낭여행자라면 애증을 느낄 플릭스 버스를 타서 프랑크푸르트에 갔다. 우여곡절 끝에 전시회장에 갔는데 규모가 워낙 커서 어디가 입구인지 정말 헷갈렸다. 겨우 줄서서 표를 사고 입장을 했다. 사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가방 검사도 철저히 한다. 


언뜻 보면 자동차 놀이공원 같다. 전시장 밖에는 다양한 브랜드 차를 타고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는 승차체험장도 있었고, 먹거리를 파는 곳도 많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정말 많아서 축제 느낌도 났다.



전시장 내부로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제일 먼전 독일 자동차 브랜드가 중점인 A홀로 갔다.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 세아트 등이 있다. 각 브랜드 모두 자기들의 신형 모델을 뽐내고 있었다. 마치 누가누가 더 간지나나 '간지 대회'를 하는 느낌이랄까? 그 중에서 아우디와 폭스바겐 부스가 정말 크고 멋졌다. 사람들도 거의 그 곳에 많이 몰려있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기를 온다면 정말 행복했겠다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직원에게 말하면 직접 차에 타볼 수도 있다. 커플들이 차에 타고 서로 멋진 척 하면서 사진 찍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재밌었다. 내가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많고, 관심이 많았다면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정말 재밌게 봤을텐데 아무 것도 모르는 자동차 까막눈은 그저 외관을 보며 '와~ 이쁘다! 어어엄청 비싸겠네..' 이 정도의 감상만 할 수 있었다.


사진만 봐도 주로 남성 관람객들이 많다. 정말 감탄하고 놀라워하면서 구석구석 보는 모습이 대단하면서 부러웠었다. 가족 관객들도 많았다. 부모님들은 구경도 못하고 아이들의 포토그래퍼로 활약하는 것이 한국이나 독일이나 똑같은 것 같다. 


전시장이 워낙 커서 설렁설렁 봐도 오늘 안에 다 보기는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아는 브랜드 위주로 돌아다니다가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껴보려 현대자동차 전시장에 갔다. 전시장이 꽤 떨어져 있어서 엄청 걸었던 것 같다.



타지에서 현대 로고를 보니 괜히 반갑고, 국뽕(?)이 차올랐다. 이번 전시회는 수소,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많았는데 특히 현대자동차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 현대는 친환경 모빌리티 컨셉으로 부스를 꾸몄는데 수소전기차 넥쏘, 아이오닉 일렉트릭, 코나 일렉트릭과 콘셉트카 ‘45’를 제작하여 전시했다. 굉장히 미래적인 디자인이다. 그리고 옆에서는 리유저블 물통에 물을 담아서 무료로 주는 부스가 있어서 사람들이 엄청 길게 줄을 섰다. 그리고 무선충전기가 있는 휴식공간도 있어서 유일하게 관객이 쉴 곳을 제공해주는 부스였던 것 같다. 넓고 앉을 곳 하나 없는 전시장에서 물과 충전을 해주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센스인가. 역시 한국브랜드는 뭔가 달라.



현대를 둘러본 이후에는 피곤함이 몰려와서 간단하게만 둘러보았다. BMW, 벤츠, 랜드로버, 미니 등 글로벌 브랜드 들의 차들은 정말 멋있었고, 부스 디자인이나 전광판 효과 등 시선을 사로잡을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 주기 위해 공들인 점이 인상깊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구현할 수 없는 수준의 전시회를 보다니, 자동차를 모르는 차알못이지만 이 곳에 온 보람이 있구나.



그 외에 작은 전시관에서는 옛날 자동차를 전시한 'Heritage by IAA' 전시를 재밌게 봤다. 이런 모델이 아직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오히려 이쪽이 10대, 20대가 많았다. 



약 5시간 정도 관람한 것 같다. 시간으로 따지면 되게 길게 본 것 같은데, 전시홀도 워낙 많고 대형 브랜드는 부스 크기가 정말 커서 하루 안에 다 보는 것이 정말 불가능하다. 막판에는 내가 차를 보는건지, 그냥 걸어다니는 건지 모르겠는 수준이었으니. 그래도 이렇게 큰 규모의 세계적인 전시회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저 여행 목적으로 교환학생을 하는 것이 아닌,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배우고 가자는 목표를 잘 이룬 순간이었다. 내가 자동차를 좀 더 잘 알았다면 더욱 깊이 감동을 느낄 수 있었겠지? 이래서 배경지식을 갖고 보는 것과 없이 보는 것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


2020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 전시회는 코로나로 취소되어서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내가 본 모터쇼가 사실은 흥행 실패한 전시회였다는 것이다. 기업 참가율도 18년도 보다 20% 떨어진 상태였다고. 그래서 이제 프랑크푸르트에서 안하고 뮌헨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마지막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보았다니, 뭔가 나의 경험이 괜히 더 대단해진 느낌이다. 코로나 때문에 외국에 언제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해외든 국내든 앞으로도 귀중한 볼거리들을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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