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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할 윤 Aug 29. 2020

독일 와인 페스티벌에 흠뻑 취하다

독일 교환학생 비하인드 스토리 #03

독일을 딱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것은 '맥주의 나라', '옥토버페스트'였다. 나 역시도 '독일의 모든 종류의 맥주를 다 마셔보고 오겠어!'라는 패기 넘치는 꿈을 꾸며 독일에 갔었다. 하지만 독일에서 마셔본 가장 맛있었던 술이 뭐냐고 물으면 난 망설임도 없이 "와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독일이 맥주로 유명하긴 하지만, 알고보면 와인 강대국이기도 하다. 2018년에 세계 와인 소비량 순위 4위에 올랐다고 하니 와인을 꽤나 마시는 국가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독일 와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리슬링(Riesling) 와인인데, 대부분 달달하고 맛있어서 나처럼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독일 리슬링 중에 슈페트레제가 유명하다고는 들었는데.. 너무 어렵다 와인은..)

@한국일보




작년 이맘때, 독일에 도착하고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내던 중 놀러갈 곳을 서칭해보다가 이 페스티벌을 알게 되었다. 바로 'Dürkheimer Wurstmarkt', 바트 뒤르크하임에서 열리는 소세지 마켓이라는 뜻이다. 원래는 상인들이 소세지를 사고 팔며 소세지와 와인을 같이 마시고 노는 마켓으로 시작했었는데, 나중에 점차 축제 형태가 되면서 소세지 마켓보다 와인 페스티벌로 자리잡았다. 생긴지 600년이 넘은 유서깊은 축제이다. 바트 뒤르크하임이라는 작은 도시에 약 70만 명이 다녀가는 축제가 열린다니! (물론 옥토버페스트에 비하면 완전 어린애지만) 이런 축제는 꼭 가봐야 한다!

교환학생 친구들과 함께 약 1시간 가량 트램을 타고 바트 뒤르크하임에 도착했다. 정말 작고 조용한 마을에 불빛이 번쩍번쩍하고 시끌벅적한 축제장소가 있다는게 아이러니했다. 축제 마지막 날에 가서 그런지 사람이 정말 바글바글했다. 축제장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 우리는 걍 길을 찾지 않겠다는 의지로 아무 생각없이 돌아다녔다.


상점마다 온갖 먹거리들을 판다. 소세지 구이부터, 피자, 파스타, 슈니발렌, 초콜릿, 빵 등등 유럽에서 맛있다는 것은 죄다 갖다놓은 느낌이다. 먹고 싶은 것은 많지만, 가난한 교환학생들은 눈으로 배를 채울 수 밖에 없었다는 슬픈 현실.. 그래! 와인 페스티벌인데 와인을 마셔야지! 우리는 와인 거리쪽으로 갔다.



세상에나.. 모든 천막이 다 사람들로 꽉 차있어 들어갈 수도 없었다. 30분을 방황하다가 앉는 건 포기하고, 아무데나 가서 와인을 테이크 아웃하기로 했다. 축제에서 파는 술들은 컵 보증금을 포함해서 돈을 받기 때문에, 잔을 잘 갖고 다니다가 살포시 건네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와인 종류가 너무 많아서 딱 봐도 뭔 맛인지 알 것 같은 '포르투기저(Portugieser) 로제 와인'을 주문했다. 신기하게도, 여기는 도수 높은 와인에다가 물을 섞어서 준다. 그래서 알맞게 달달하고 시원하게 마실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우리는 천천히 둘러보다가, 놀이기구를 타러갔다. 놀이기구도 재밌는 것들이 많았다. 사진으로만 봐도 유럽의 페스티벌은 참 예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양의 예쁘고 아기자기한 페스티벌이라서 사진을 막 찍어도 화보같은 느낌이다. 이 풍경을 눈에 보고 싶어 관람차를 탔는데 정말 행복한 일이 생겼다. 


이 축제는 마지막날에 대규모 불꽃놀이를 하는데 딱 우리가 관람차 정상에 있을 때 불꽃놀이가 시작이 되었다. 축제장의 전체 풍경과 화려한 불꽃놀이는 정말 눈에 다 담아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유럽에 와서 느끼고 싶었던 황홀하고 행복한 순간이자, 최고의 우연이 만들어 낸 환상같은 순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페스티벌은 보통 20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는데, 이 곳은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축제를 즐기러 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편안함과 즐거움이 묻어나온다. 우리 한국인들은 '열심히 일했으니 미친듯이 놀자! 즐겨!' 라면, 독일 사람들은 '음~ 마침 심심했는데 축제가 열린다니 가볼까?'하는 느낌으로 편안하게 축제를 즐기는 것 같다. 그들의 여유로움은 참 보기 좋다. 나까지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그때가 정말 많이 그리운 요즘이다.


독일이 노잼 나라라고 많이들 그러지만, 노잼같은 단조로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삶의 재미를 찾으려는 열정이 누구보다 깊다. 알고보면 독일이 정말 잘 노는 나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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