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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구읽기 Oct 10. 2024

당연한 건



  없다.

이번에 가을 감기를 겪고 또 한 번 생각했다.

왜 건강한 나의 상태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꼭 한 번 아파보면, 안 아프던 나의 몸을 인지하게 된다.

  저번에 등에 통증이 있었을 때는 등만 안 아파도 요가하러 갈 수 있는데.. 하며 아쉬워했고, 이번에 감기로 머리가 어지러울 땐 이것만 아니면 풋살 갈 수 있는데.. 하고 아쉬워했다.

이렇게 한 번씩 아픈 것도, 이래서 의미가 있는 건가... 그치만 안 아프고 싶다.

  저번 글에, 나는 우주먼지라고 글을 썼었다. 이건 나에 대한 기대감을 줄이면서, 내가 가벼워지는 말이다.

  다만, 그만큼 그 자리에서 부유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조금은 두렵기도 한 마음.


  이에 더해 최근 떠올리는 문구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기에, 어디로든 갈 수 있다.‘

  가벼워진 나는 내가 원하는 어디로든 가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방향을 잡는다. 그쪽으로 둥실 두둥실 흘러가기도 하고, 내 두 팔로 헤엄쳐 속도를 내보기도 하면서.


  사실 나는 과거를 잘 되짚어 보는 사람이다. 그때 그렇게 했다면, 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따위의 생각들. 이런 생각들에 덜 발 묶이며 살면 얼마나 더 가벼워질 것인가 싶다. 나의 과거들엔 열심히 산 시간도, 무기력해 아무것도 못하던 시간도 있었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그런 과거를 가질 수 있었음에도 감사하기로 한다. 이미 통과한 시간들 그 자체에. 내가 그 시간들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에.

  다시 한번, 당연한 건 없다. 그게 전부다.

  한 번씩 찾아오는 불안하고 어리둥절한 마음들을 두 손바닥으로 꼭 눌러주고, 그다음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리기로 한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들.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들. 소비하기도, 소비되기도 하면서.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

  누구도 정해주지 않을, 나만의 시간들. 오직 나의 것.



몽골의 하늘과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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