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
이번에 가을 감기를 겪고 또 한 번 생각했다.
왜 건강한 나의 상태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꼭 한 번 아파보면, 안 아프던 나의 몸을 인지하게 된다.
저번에 등에 통증이 있었을 때는 등만 안 아파도 요가하러 갈 수 있는데.. 하며 아쉬워했고, 이번에 감기로 머리가 어지러울 땐 이것만 아니면 풋살 갈 수 있는데.. 하고 아쉬워했다.
이렇게 한 번씩 아픈 것도, 이래서 의미가 있는 건가... 그치만 안 아프고 싶다.
저번 글에, 나는 우주먼지라고 글을 썼었다. 이건 나에 대한 기대감을 줄이면서, 내가 가벼워지는 말이다.
다만, 그만큼 그 자리에서 부유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조금은 두렵기도 한 마음.
이에 더해 최근 떠올리는 문구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기에, 어디로든 갈 수 있다.‘
가벼워진 나는 내가 원하는 어디로든 가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방향을 잡는다. 그쪽으로 둥실 두둥실 흘러가기도 하고, 내 두 팔로 헤엄쳐 속도를 내보기도 하면서.
사실 나는 과거를 잘 되짚어 보는 사람이다. 그때 그렇게 했다면, 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따위의 생각들. 이런 생각들에 덜 발 묶이며 살면 얼마나 더 가벼워질 것인가 싶다. 나의 과거들엔 열심히 산 시간도, 무기력해 아무것도 못하던 시간도 있었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그런 과거를 가질 수 있었음에도 감사하기로 한다. 이미 통과한 시간들 그 자체에. 내가 그 시간들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에.
다시 한번, 당연한 건 없다. 그게 전부다.
한 번씩 찾아오는 불안하고 어리둥절한 마음들을 두 손바닥으로 꼭 눌러주고, 그다음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리기로 한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들.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들. 소비하기도, 소비되기도 하면서.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
누구도 정해주지 않을, 나만의 시간들. 오직 나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