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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ge Lutens Oct 22. 2023

<따뜻했던 장례식>

얼마 전에 장례식장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기괴(?)했다. 조문을 하고 상주와 인사를 나눈 다음 뜬금없이 식사를 한다. 누군가의 삶이 끝나는 것이 일상인 것처럼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수육을 내어주고 음식을 만드는 직원들이 있다. 이 날을 계기로 못 보던 사람들끼리 반가워하며 이 자리의 주인공이 누구인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어릴 적 봤던 아인슈타인 만화책에서 죽는 건 어떤 것이냐고 했을 때, 아인슈타인은 그저 모차르트의 음악을 더 이상 듣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실제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죽는다면 더 이상 집 앞 거리를 걸을 때마다 나는 찐득한 설탕냄새를 맡지 못할 것이다. 귀가 어두운 할머니 귀에다 대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 소란한 행사장을 나와 사람이 오지 않을 곳에 앉아 글을 쓰는 가을 바람을 느끼지도 못한다. 얼 것만 같은 손을 바들바들 떨며 자판을 두드리다보니 오타투성이다. 추워 죽겠다. 이것도 내가 살아있는거다. 


나를 향한 모든 사람과 나를 위한 모든 일들의 온기가 천천히 사라졌으면 한다. 오늘은 아주 천천히, 어김없이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야 할테니. 정말로 다 식어가는 것 같을 때, 그 때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너와 나의 온기를 나누자. 이별이 때리는 아픔을 무한히 많은 페이스트리 겹처럼 나누어 계속 어루만져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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