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움켜쥐며 모은 슬픔이 흐르지 않을 정도로만, 그리고 남은 날들은 항상 미소를 머금으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2024년 늦여름의 뜨거운 어느 날. 매미 소리는 눈에 띄게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건 그래도 지금껏 잘 견뎌내고 있다는 것. 늦은 밤이 되어 에어컨이 없는, 실내온도 34도인 집 안에 들어와 자리에 눕곤 한다. 아주 덥다. 차라리 뛰면서 미지근한 바람이라도 가르는 것이 낫다. 숨이 턱 막혀와 진이 다 빠진 채 발걸음을 힘겹게 옮긴다. 오전에 받은 문자메시지를 열어본다. 휴대폰 통신비가 연체되었으니 납부하라고…? 안 그러면 정지된다는 터무니없는 또 하나의 스팸문자이겠거니 그냥 넘기려는 찰나, 정말로 연체가 되었으니 납부하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동안 밀린 통신비를 납부하며 부끄러움을 넘어서려 한다. 부끄러움을 넘는 것, 아주 귀찮고 성가신 일이다. 어렵고 힘든 일은 아니지만 누가 아는 척만 안하면 되는데 굳이 마주해야 해? 누군가 그걸 마주하려는 모습과 그 모습을 퉁명스럽게 지켜보는 걸 몰래 바라보는 그 긴장감. 구름이 드리우고 비가 오려고 해.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거라고 믿어?”
“응. 당연하지.“
”지금 내일의 태양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렇게 단언할 수 있지?“
부끄러움을 넘어서는 건 내일의 태양을 바라보는 것이다. 좀 더 세상 바깥을 잘 바라볼 수 있도록 구름 뒤를 계속 걸어나가다보면 어떤 모습이 나타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