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바다 태생인지도 모른다
바다의 짠짠한 기억을
눈물을 흘릴 때나
땀을 흘리는 사이 사이
기억의 편린에서
만나는 바다의 흔적-
이라 써 놓고 고민을 한다.
'짠짠한 기억'과 '기억의 편린'. '기억'이라는 낱말이 중복된다.
또다른 낱말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벚꽃잎 떨어진 사이 초록색이 하늘을 꽉 메웠다-
라고 쓰고 '메웠다'로 쓸 때와 '채웠다'로 쓸 때, 어느 표현이 더 나을까? 머리를 굴린다.
-물 위로 떠오를 때마다
그녀들의 가슴에선
호이호오이
새 한 마리 하늘로 올랐다
파도에 묶인 자유가
새가 되어 물을 차고 오른다-
라고 쓰고 '올랐다' 과거 시제와 '오른다' 현재 시제는 그냥 미친 척 넘어 가도 될까? 우겨보기도 한다.
-백파, 참치 떼가 일으키는 하얀 파도-
라고 쓰고, 그래서 이걸로 뭘 해 볼까? 궁리에 궁리를 더한다.
정말 아무 일도 없는 쉼의 시간이 오면 나는 *느랏하게(나른하다의 제주어) 낱말들을 가지고 논다. 그것이 나의 '쉼'이다. 고민하고 머리를 굴리고 혼자 우격다짐 격으로 생떼도 써 봤다가 궁리에 궁리를 더하는 시간.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은 들지만 꽤 만족스런 시간.
......요즘 나는 쉬고 있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