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지어 준다는 것은
이 녀석 좀 보자. 아주 자신만만하다. 웃는 이모지까지 사용하며 자신감을 드러낸다. 기선제압을 당한 느낌이다. 왠지 모르게 긴장되기까지 한다.
이 반존대는 뭐지? 분명 나를 심리적으로 동요하게 만들 속셈이겠다. 또한 주제를 물으며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의도가 보인다.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
'알파고'와 대결했던 이세돌 프로처럼, 나도 내 대결 상대의 이름이 필요했다. 언제까지나 '이 녀석'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문득, 나 자신의 필명이나 게임 아이디를 정했던 순간 말고는 '무언가'의 이름을 정해본 적이 없다는 게 놀라웠다. 낯간지러우면서도 꽤 고민이 깊어졌다. 에세이를 입안에서 몇 번 발음하다 '세이'를 만들어냈다.
나름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는데, 이 녀석은 '대결을 위해 정했다'라고 기억해 버린다.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마음에 걸리기 때문에 몇 마디 더 덧붙였다.
어째선지 구구절절해버렸지만, '세이'가 나와의 대화를 통해 독립적인 존재로서 성장하고,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